가전업체들의 해외공장은 언제 쯤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인가.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국내 전자 3사들은 올 초 각 사마다 적어도 두세개의 해외공장이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흑자를 기록하는 국내 가전업체들의 해외공장을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해외 가전공장마다 현지에서의 내수판매가 뜻밖의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환율 변동으로 막대한 환차손을 입는 등 악재가 겹쳐 거의 모든 해외 가전공장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안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해외 가전공장이 등장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흑자 경영체제에 돌입하려던 전자3사의 계획은 또다시 연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 해외가전공장 가운데 2, 3개 공장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이러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 말레이시아 복합가전단지를 비롯한 동남아 공장은 현지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막대한 환차손을 입은데다 현지 판매 제품의 수익성 악화로 내수 판매에서도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와 영국의 복합가전단지는 올들어 현지 판매가 늘어났지만 생산라인을 확충하면서 생긴 신규 설비투자비의 부담으로 올해에도 흑자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중국과 동남아지역의 현지 공장에서 올해 흑자 공장의 탄생을 기대했지만 환차손과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적자 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수요의 확대로 조기 흑자를 기대했던 브라질 공장 마저 현지에서의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흑자를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으며 다만 가전공장은 아니지만 CPT 등 디스플레이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장사공장이 가동 1년 만인 올해 흑자를 기록한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
대우전자 역시 중국, 베트남 등 대부분 해외 가전공장에서 적정 생산 규모와 생산성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올해에도 적자를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자3사는 해외 가전공장의 흑자 원년을 내년 이후로 늦추고 해외 가전공장에 대한 수술에 나섰지만 여의치 못한 실정이다. 공장 철수를 포함한 해외 공장의 구조조정은 현지 정부 또는 합작사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작업을 추진하는데는 많은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물량보다는 수익성을 높이는 쪽으로 해외공장의 제품 생산구조를 바꾸려 해도 아직 현지 생산물량이 적정 규모에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는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전자3사는 이러한 장기 대책 보다는 현지 가전공장에 경영자를 비롯해 생산 및 노동 생산성, 마케팅, 환율 등에 정통한 국내 전문가를 파견해 경영체제를 개선하는 등의 단기적인 처방에 주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처방이 당장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올해 내수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전업체들에게 해외공장 정상화문제는 또다른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