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플레이어 출시 1년 위상 점검]

VCR를 대체할 차세대 가전제품으로 화려한 각광을 받으면서 등장했던 DVD플레이어가 출시 1년이 지났지만 당초 기대와는 어긋나게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DVD플레이어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국내 처음으로 「DVD860」을 선보인데 이어 올 2월 LG전자가 DVD플레이어 2개 모델을 출시하고 다시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제2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또 이들 국내 업체들 제품외에 용산상가에 일제 DVD플레이어도 나타나기 시작해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DVD플레이어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정착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국내에서 팔린 DVD플레이어는 수입품을 포함해 7천∼8천대로 파악되고 있다. VCR보다 2배나 개선된 화질, 5.1채널의 AC(오디오코딩)3 오디오 시스템, 최대 8개국어 음성더빙기능 등 혁신적인 기술에 대해 쏟아진 찬사가 무색하게 지난 1년간 국내시장에서 DVD플레이어는 진열대에서 먼지만 뒤집어쓰는 신세를 면치 못한 셈이다. 이처럼 국내시장에서 DVD플레이어가 맥을 못춘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전용 타이틀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DVD타이틀의 부족현상은 판권보유업체들을 보유하기 위해 지역에 따라 별도의 코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제작된 타이틀을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데다 막대한 판권구입비용 외에 편당 1억원정도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DVD타이틀사업에 타이틀 제작전문업체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시장에 나온 DVD 전용타이틀은 10여종에 불과,소비자들로 하여금 DVD플레이어 구입을 유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밀반입된 일본산 성인용 DVD타이틀과 DVD플레이어를 통해 볼 수 있는 상당수의 비디오CD 타이틀이 있긴 하지만 80만원대의 DVD플레이어를 보급하기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의 이러한 실정은 이미 수십만대의 DVD플레이어가 팔린 미국과 일본시장에 3백∼4백여종의 DVD타이틀이 출시된 점을 고려할 때 타이틀이 부족한 것이 DVD플레이어시장 활성화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두번째로는 국내업체간 시장활성화를 위한 공감대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는 것도 국내 DVD플레이어 시장이 부진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시바, 마쓰시타, 소니, 파이오니아 등 대부분의 가전업체가 DVD플레이어 시장에 가세해 타이틀 제작업체들과 공동 프로모션을 전개하면서 줄기차게 DVD붐을 조성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는 LG전자가 DVD플레이어시장이 활성화될 때까지 당분간 수익성을 확보하기 용이한 DVD롬 드라이브에 주력하기로 하고 LG소프트도 DVD타이틀 제작에 직접나서지 않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사실상 삼성전자와 삼성영상사업단이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당초 올해 국내 DVD플레이어 시장을 3만대 규모로 예상하고 DVD 전용 영화관 설치 등 대대적인 판촉전략을 수립했던 삼성전자 마저 DVD플레이어 시장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현재 DVD플레이어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관계자들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DVD타이틀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고 국내DVD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미국 영화사들도 있어 내년에는 DVD플레이어 보급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DVD플레이어의 보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과는 별도로 DVD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초기모델에 일본산 핵심 칩세트를 사용했던 이들 양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상반기 상용 칩세트 개발을 완료했다. 또 TV 및 VCR과 결합된 복합상품과 휴대형 DVD플레이어의 개발에 나서는 등 연구열기는 식지 않고 있어 국내 DVD플레이어시장도 오는 99년을 기점으로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