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 무료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드립니다.』 『2년 후 구입가격의 최고 45%까지 보장해 드립니다.』 구입후 2년 뒤를 책임지겠다는 PC업계의 사후보장형 PC판매 캠페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컴퓨터 딜레마」에 빠져 PC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자들에게는 이번 캠페인이 달콤하기 그지 없는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 딜레마란 최근 PC의 성능주기가 갈수록 짧아져 구입자들이 보다 좋은 제품이 나올 때까지 구입을 미루다 결국은 원하는 컴퓨터를 구입하지 못하는 현상. 삼보컴퓨터와 엘렉스컴퓨터 등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사후보장형 판매 캠페인은 컴퓨터 딜레마에 빠진 예비 소비자들에게는 그만큼 선택의 폭을 좁혀주고 있는 것이다.
사후보장은 PC를 구입하고 나서 2년 후에 적용받게 되는데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2년 뒤 CPU가 포함된 주기판을 신모델로 무료 교체해 주는 것으로서 PC외형은 그대로 둔 채 시스템 업그레이드만을 원하는 소비자에 해당되는 것. 또하나는 아예 새 PC를 구입할 경우로서 2년간 사용한 구PC를 구입 당시 기준으로 최고 45%까지 가격을 쳐서 되구입해 주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자동차업계의 신할부판매제도에서 아이디어를 차용, 업계 처음으로 사후보장형 PC판매를 도입한 엘렉스컴퓨터의 경우 우선 오는 11월 15일까지 「파워매킨토시」 전기종 구입자에 대해 구형 제품 보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구입 2년이 되는 시점부터 3개월 동안 고객이 신기종을 구입할 경우 구기종을 40∼45%의 가격으로 되구입해줄 방침이다. 이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2년 뒤 기종별로 1백12만원에서 최고 1백97만원의 확정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 현재 2년 정도 사용한 중고제품의 경우 원래 구입가격의 20%(약 60만원 안팎)밖에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소비자들에겐 적지 않은 이득인 셈이다.
처음부터 아예 사후 보장형PC 「체인지업」을 내놓은 삼보컴퓨터의 경우는 시스템 업그레이드 방식의 제도를 도입, 시행중이다. 이 회사는 2개 모델의 「체인지업」을 구입한 고객에 대해 2년 후 CPU를 포함한 주기판 전체를 무료 교체해 주며 무상보증기간도 2년에서 4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삼보컴퓨터의 무료 시스템 업그레이드 방식의 장점은 2년 후에 한 대 가격으로 결국은 1.5대의 PC를 장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 골격이다.
사후보장형 PC판매는 소비자입장에서 최근 생명주기가 1년 정도로 단축됨에 따라 고민거리로 부상한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중고PC 처리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급업계에서도 수요 확대로 침체 늪에 빠진 PC시장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데다 한번 확보한 고객들을 2년 후 다시 신규고객으로 끌어낼 수 있어 중장기 기업경영 전략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사후보장형 PC판매방식의 확대를 크게 반기고 있다.
삼보컴퓨터와 엘렉스컴퓨터의 경우 이 제도 도입 1주일 만에 제품구입 문의전화가 평소보다 3∼5배 이상 늘었으며 판매량도 30% 이상 증가하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연례적으로 보아 11월이 PC시장에서는 최악의 비수기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같은 반응은 거의 파격에 가깝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IBM PC 등 경쟁사들은 아직까지는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시장 점유율 지키기 차원에서 사후보장형 PC판매 시장에 뛰어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PC업계가 경쟁적으로 사후보장형 PC판매에 나설 경우 소비자의 의도나 기대와는 달리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점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구입 결정에 앞서 차분히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먼저 보장형 PC판매방식의 주요 내용과 장단점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우선 엘렉스컴퓨터가 도입한 구기종 되구입 보상형의 경우 2년 후 신형 PC를 거의 절반 가까운 가격에 장만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 조건은 반드시 새로 컴퓨터를 구입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컴퓨터를 구입한 고객들이 모두 2년 후 새 기종을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겠느냐라는 점이다.
삼보컴퓨터의 무료 시스템 업그레이드 방식 역시 문제점이 없지 않다. 우선 지적되고 있는 것은 2년 후의 보장을 받기 위해 당장 3백만원 이상의 「현금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점. 또 PC규격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과연 주기판과 CPU 교체만으로 2년 후의 최신형 모델을 갖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같은 PC업계 입장에서도 의문과 우려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이런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무려 1백20억원의 광고비를 투입, 대대적인 광고와 홍보를 전개할 계획을 잡고 있는 삼보컴퓨터는 의문과 우려감을 낳게 해주는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PC 한 대의 순익이 뻔한데 이같은 막대한 광고비의 투입은 결국 또다른 방식의 「제살깎기식의 출혈경쟁」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입한 최신 모델이 CPU 등의 핵심 부품이나 소프트웨어의 급격한 생명주기 단축 등으로 구입 1년도 못돼 구모델로 전락하고 마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과 불안감을 가져왔던 게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특히 1백만원 이상 거금으로 장만한 PC가 중고 PC시장에서는 「고철값(?)」밖에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다. 실제로 2년 정도 사용한 PC를 중고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면 10만원 이상을 받기 힘든 게 사실이다. PC에 대한 잠재수요 또는 대기수요가 많은 데 비해 실제로 PC를 선뜻 구입하는 실수요자가 점차 줄어들면서 컴퓨터 딜레마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튼 환율폭등과 주가하락 등으로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맞고 있는 PC업계가 내놓은 사후보장형 PC판매방식은 도입 초기에는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면서 동시에 불황 타개책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우려감보다는 기대감이 앞서고 있는 것 같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