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전자가 아남인스트루먼트(舊 아남정공)를 합병하게 된 것은 아남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 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으로 단행된 전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남그룹은 국내 30대 기업에 적용되는 출자한도 초과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7월말부터 21개 계열사를 16개로 줄이는 그룹 계열사 흡수합병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 가운데 특히 반도체를 생산하는 아남산업과 TV, 오디오, VCR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아남전자 등을 그룹 주력사로 육성한다는 방침아래 아남전자의 손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인스트루먼트와의 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아남을 알릴 수 있는 회사는 아남전자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최근 사업실적이 부진한 아남전자는 비교적 부채비율이 낮고 순이익을 많이 내는 아남인스트루먼트를 합병함으로써 손익구조가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아남전자는 지난 상반기 동안 1천5백87억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마이너스 60억원과 63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업실적의 부진을 면치못했다.
이와달리 아남인스트루먼트는 지난 상반기 동안 6백45억원의 매출을 올려 아남전자보다 매출 규모면에서는 작지만 경상이익은 69억원, 당기순이익은 45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비교적 견실한 사업구조를 유지해 왔다. 현재 아남인스트루먼트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은 통신장비, 반도체 검사장비, 광학기기 및 시계 등으로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아남전자는 이번 아남인스트루먼트 합병을 통해 내년 사업을 잘 꾸려갈 경우 내년도에는 매출확대는 물론 1백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남전자는 이처럼 회사 손익구조가 개선되면 현재 사업부진으로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프로젝션TV와 디지털 오디오 등 첨단 가전제품 개발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아남전자는 10일 기업공시를 확정발표하는 한편 이사회를 개최해 양사 합병으로 인한 조직체계 정비작업에 나설 예정이며 조만간 비상 주주총회를 개최해 양사 합병을 승인받을 계획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