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존 덴버나 요즘은 활동이 뜸한 케니 로저스가 한창 이름을 날리던 70년대에서 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컨트리 음악은 전세계인에게 친숙한 장르였다. 이들의 음악은 정통 컨트리라기보다 여러 장르가 가미된 크로스오버에 가까웠지만 컨트리 음악의 전령사로 한몫을 해냈다.
그러나 90년대 컨트리 음악은 미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컨트리 팬들은 주로 한적한 시골마을에 많아 대도시인들에게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컨트리 음악으로 전무후무한 판매고를 올린 가스 브룩스 같은 가수의 활동이 주목을 받고, 리앤 라임스 같은 10대 중반 소녀 가수도 컨트리 차트뿐만 아니라 일반 빌보드 차트에서까지 정상을 차지했지만 어쨌든 현재 컨트리의 위상은 그저 우물 안 개구리 신세일 뿐이다.
현재 활동이 활발한 남성 가수로는 가스 브룩스, 던 앤 브룩스, 빈스 길을 비롯해 20여년 동안 정상에 군림해온 앨러배마 같은 밴드가 있고, 여성가수로는 리바 매킨타이어, 와이노나, 트리샤 이어우드 등이 여왕자리에 있고 리앤 라임스도 곧 그 자리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여가수 중에서도 메리 채핀 카펜터의 경우는 록과 포크의 성향이 섞여있고 직접 곡도 쓰기 때문에 컨트리계 밖에서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트리샤 이어우드의 「Songbook」은 컨트리뿐만 아니라 일반 팝발라드도 너끈하게 소화해내는 그의 장점을 마음껏 과시한 앨범이다. 컨트리 여가수들은 요들송을 비롯해 서정성 넘치는 발라드 등 폭넓은 가창력을 자랑하는데, 예를 들어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작 「Ill always love you」는 이미 70년대에 달리 파튼이 컨트리 발라드 스타일로 불렀을 정도다.
이어우드의 새 앨범에서는 단연 팝발라드 「How do I live」가 돋보인다. 팝발라드의 귀재인 다이앤 워렌이 이미 불렀던 곡을 이어우드가 컨트리로 재탕했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듣는다면 일반 팝발라드라고 해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다.
그리고 이 곡은 올 여름 히트 영화 「콘에어」에 삽입돼 이미 입소문이 퍼졌다. 재미있는 것은 까마득한 후배인 소녀가수 라임스도 같은 곡을 불렀는데 한 곡으로 빌보드 차트에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순위다툼을 벌이고 있는 점이다. 비록 라임스가 나이는 어리지만 제2의 패치 클라인이란 평가를 듣고 있는 만큼 단순한 나이 비교로는 둘의 노래 맛을 견주기 힘들다.
어쨌든 「Songbook」앨범은 그동안 한국 팬들이 외면해왔던 컨트리 음악을 다시 접할 계기를 마련해주는 작은 디딤돌이 될 것 같다.
<박미아·팝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