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설계학을 전공한 엔지니어가 「미움은 마흔아홉 사랑은 쉰하나」란 시집을 출간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현대전자 미디어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권영용팀장(39). 그는 평상시 복잡한 회로설계와 첨단기술로 씨름하지만 일과를 탈출하면 독서와 불우이웃 돕기로 또 다른 자신을 만들고 있는 보기 드문 성실파다. 그는 주말이 되면 가족들끼리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 보다 불우한 이웃을 찾아다닌다. 그는 한달에 많을땐 1백권의 책을 읽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3시간 가량 수면을 하며 나머지 시간을 대부분 독서하는 데 바친다. 부족한 수면은 출퇴근시 통근버스에서 조는 것으로 메꾼다.
이같은 생활로 그는 지난 3년간 약 3백편의 자작시를 썼고 95.96년엔 현대전자가 개최한 사우문예콘테스트에서 연속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이번에 출간한 시집은 3백여 자작시 가운데 83편을 엄선한 것.
이번 시집이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시집 출간 목적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86년 안양에서 첫 직장생활을 할때부터 불우이웃 돕기에 나선 그는 고아원과 양로원 등을 찾아다니며 소외받은 사람들을 도와줬다. 또 한국복지재단으로부터 당시 여중 2년생의 소녀가장을 소개받아 편지로 그 학생을 격려하기도 하고 비록 많지는 않지만 지원금도 달마다 부쳐주었다.
그의 지원은 그 학생이 만 18세가 될 때까지 계속되다가 중단됐으며 94년 1월 그가 현대전자로 입사하게 돼 연락마저 끊겼다. 권팀장은 『우연히 그 소녀가 훌륭히 성장해 모 여대 영문과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듣고 보람을 느꼈다』며 『지금은 백혈병에 걸린 7살짜리 아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팀장은 시집 발간을 결심하게 된 것에 대해 『그동안 느꼈던 여러가지 감정을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하고 또 그 수익금으로는 다른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물론 출판비용은 권팀장이 자비를 들였다. 그는 시집 제목을 「미움은 마흔아홉 사랑은 쉰하나」로 지은 것에 대해 『세상을 살아갈 때 미움보다는 적어도 둘 이상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해서』라며 『내년엔 사진이 있는 수필집도 출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