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영화 표절시비 가열

한국영화계가 표절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영상문화계에 일었던 표절공방은 주로 가요음반이나 일본TV를 모방한 각종 TV프로그램에 국한돼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표절시비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PC통신 토론방의 화제로 떠오르는 등 무시해버릴 수 없는 수준으로 조류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표절에 대한 의혹제기가 관객들로부터 일어나고 있는 점이 주목할만한 일이며 의혹의 대상이 되는 분야도 영화의 이미지, 소재, 스토리, 촬영기법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이어서 영화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올 상반기 흥행작인 「비트」(감독 김성수,제작 우노필름)의 경우는 과도한 광각렌즈,핸드헬드(들고 찍기)등을 활용한 현란한 영상이 「왕가위 흉내내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비평가들은 왕가위류의 영상기법이 최근 영화계에서 애용되는 하나의 유행일 뿐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오히려 「비트」는 왕가위를 뛰어넘는 영상감각을 선보였다는 평가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한국영화계에 유행하는 왕가위류의 영상기법을 어설픈 모방이나 표절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다.

8일 현재 서울 65만명(전국 1백만명)을 넘어서는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흥행중인 「접속」(감독 장윤현,제작 명필름)에 대한 표절 공방이 뜨거운가 하면,1일 개봉한 뒤 첫 주만에 서울에서만 관객 3만명을 동원해 흥행조짐을 보이고 있는 「올가미」(감독 김성홍,제작 시네마서비스)도 표절시비에 휩싸였다.

「접속」은 일본 모리타 요시미쓰 감독의 96년 작품인 「하루(春)」을,「올가미」는 일본의 TV드라마인 「마마보이 신드롬」을 소재와 이미지,배역 등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명필름(대표 이은)측은 11일 서울 남산 감독협회에서 감독을 비롯한 제작기획진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표절이 아님」을 공식화했다. 「올가미」의 각본을 쓴 여혜영 작가도 『재고의 가치가 없는 일』이라며 표절의혹을 일축했다.

명필름의 심재명 기획이사는 『같은 공간,같은 피사체,같은 이야기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감독의 시각이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색깔의 영화가 탄생하는데 이는 수많은 아류작과 리메이크 영화의 유행을 표절로 정의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표절이란 단어를 영화에 적용하는 것이 무리라고 주장했다. 영화 소재나 이미지를 차용했다고 해서 표절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접속」에 투자했던 일신창투의 김승범 수석고문은 『표절시비가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의지를 꺾는 일로 비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