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유통업체 달러화 급상승, 공급가 인상 불가피

부품 유통업체들은 최근 들어 급격한 환율상승을 반영, 부품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해외에서 각종 부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는 부품 유통업체들은 최근 들어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9백원대를 돌파한 지난 8월 이후 석달도 채 안돼 1천원대를 기록하는 등 고환율시대가 닥치면서 직수입가격이 오름에 따라 국내 일부 부품가격을 소폭 인상하거나 이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각 경제연구소가 올해 연말 환율이 1천50∼1천1백원까지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현재까지 구체적인 부품 판매가격 인상계획을 세우지 못한 부품 유통업체들의 국내 공급가 인상이 속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부품 유통업체인 석영전자는 최근 환율상승에 따른 판매가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수익을 보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자사에서 취급하고 있는 IC, 마이크로프로세서, 트랜지스터, 음성인식IC, 다이오드모드, 마이컴 등 수입부품 공급가격을 10월 이후 환율상승분 10%만큼 인상하기로 하고 이를 거래업체에 통보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10월 이전까지 경기불황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매출목표 달성을 이끌어냈으나 최근 환율상승으로 이미 상당부분 손해를 보았고 이 상태로 진행된다면 올해 영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불가피하게 가격인상을 단행하게 됐다』며 『앞으로 환율 변동추세를 봐가면서 부품가격을 추가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신부품을 전문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선인테크놀로지 역시 현재 미국 선라이즈텔레콤, 윌콤, 자큐티, 독일 비코테스트 등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는 통신용 부품 가운데 환율변동에 따라 가격차가 큰 제품을 중심으로 국내 판매가격을 인상하기로 하고 적정한 가격인상폭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모토롤러와 에칠론의 국내대리점인 나스코는 환율상승으로 상당액의 환차손이 발생, 경영압박을 받음에 따라 환율인상분 만큼 부품공급가격을 인상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내부적으로 부품별 조정 가격표를 작성하는 등 구체적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나스코는 특히 기존 거래처의 부품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을 고려해 부품공급계약이 활발한 내년 초부터 인상가격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외국에서 각종 부품을 수입, 판매하는 일부 중소 부품 유통업체들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부품이 이미 2∼3개월 전에 수입한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 당장 가격인상을 추진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환율 변동추세를 면밀히 체크해 적정한 가격인상을 추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차손으로 인한 피해는 업체 스스로도 뚜렷한 대책없이 당해야 하는 고통』이라며 『고통분담 차원에서 부품 유통업체들과 거래처 모두가 이해해줄 수 있는 가격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