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 · 산업용 로봇 · 레이저 가공기를 포함한 공장자동화(FA)산업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작기계, 산업용 로봇, 레이저 가공기, 물류 자동화시스템 등 주요 FA산업이 내수 및 수출 부진과 환차손 급증 등으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주요 경쟁국인 일본이 엔저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고 대만과 중국이 저가공세를 강화하는 등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내수시장에서의 부진을 수출에서 만회한다는 업계의 전략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FA산업이 위기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산업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판매 부진이 1차적 원인이지만 핵심기술 축적이 미흡해 주요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자체 브랜드 개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FA업체들은 지난해보다 생산량을 크게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누적, 일부 업체의 경우 선수주 후생산으로 이뤄지는 판매 관행 속에서도 최소 6개월치 이상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이 재고로 누적돼있는 데다 신제품 출시 시기까지 덩달아 늦추게 돼 판매부진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공작기계 부문의 경우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기아중공업, 화천기계 등 상위 7개사의 9월까지 누계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9% 포인트 감소한 3천5백86억7천1백만원에 그쳤으며 수출도 무려 36.4% 포인트 감소한 2억8백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재고 규모는 8월달까지 1천9억1천만원으로 사상 최초로 1천억원대를 넘어선 데 이어 9월달에는 1천3백50억5천3백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에 비해 37.9% 포인트나 증가했으며 지난해 39.4%에 달하던 수출비율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업용 로봇 부문은 삼성전자, LG산전, 두산기계 등 상위 7대 업체들의 생산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6% 포인트나 감소한 8백5억8천2백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출하도 34.2% 포인트 감소한 6백64억3천3백만원을 기록,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용 로봇은 제어 및 설계, 소프트웨어 등 핵심기술 국산화율이 매우 낮아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외국사와의 기술제휴 및 판매제휴시 각종 옵션에 묶여 수출이 불가능하거나 극히 한정돼 있어 수출이 사실상 전무하고 원화가치 하락으로 환차손이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판매 경쟁이 치열해져 이를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레이저 가공기와 자동창고 등 물류 자동화시스템도 설비투자 감소로 인한 내수판매 부진과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지난해보다 생산액과 수출이 크게 줄어드는 등 올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출 주력시장인 미국의 공작기계 수요가 전년대비 20% 포인트 증가했고 일본, 미국,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도 수출이 급증하는 등 세계 FA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최첨단 고가 제품을 만들지 못할 바에야 선진국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수출 전략형 상품개발을 서둘러야 하고 무엇보다 사업구조 조정으로 안정된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