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체들이 최근 해외 현지업체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가전3사는 직접 투자부담을 줄이고 현지의 통관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해외 현지 업체에 자사 가전제품의 생산을 위탁하고 생산된 제품을 자가 브랜드로 판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독립국가연합(CIS), 동구, 중동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와 같이 다른 지역보다 투자 위험성이 높거나 당분간 특정 품목에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지역에 대해서는 직접투자보다는 위탁생산에 주력키로 하고 대상지역 및 협력업체 발굴에 착수했다.
LG전자는 지난 상반기에 러시아업체인 스탠더드&웨스턴(S&W)社에 연산 31만대 규모의 컬러TV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창문형 에어컨의 경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위탁 생산을 검토하고 있으며 앞으로 거점 지역이 아닌 지역에 대해서는 현지 업체를 통한 위탁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러시아에서 외산 컬러TV에 대한 통관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데 대응해 현지 업체를 통한 위탁 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현지 유통거래선을 통해 현지 생산업체를 물색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또 앞으로 해외 생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외 공장을 철수할 경우 현지 업체에 생산을 위탁하는 체제로 바꾼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외 생산에 대해 직접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대우전자도 중남미 등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위탁 생산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가전업체들이 해외 위탁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해외 공장마다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투자비조차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적은 위탁 생산을 그 대안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위탁생산에 의존할 경우 자칫 현지 시장을 주도적으로 공략하기 어렵게 하는 단점이 있어 대상 지역과 품목 선정에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가전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작업이 해외까지 미칠 경우 이같은 위탁생산의 적용지역 및 품목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소니, 마쓰시타, 산요 등 일본업체들은 최근 동구와 CIS지역에 대한 가전제품의 생산을 확대하면서 위탁 생산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산요의 경우 폴란드에서 컬러TV를 위탁생산해 자가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