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전자, 어떻게 될까?」
지난 1일 부도처리된 해태전자의 향배에 대해 오디오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디오 업체들 스스로 국내에선 「인켈」로, 해외에선 「셔우드」로 한국 오디오를 대표해 온 해태전자의 부도가 국내 오디오산업의 몰락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태전자는 지난해 오디오 관련제품 수출로 2천5백억원, 인켈 등 내수에서 1천7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기타 통신부문 등을 합쳐 총 7천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중견 전자업체. 게다가 해태전자의 영국공장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리시버앰프 판매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어 셔우드 브랜드가 리시버앰프의 대명사가 될 정도의 명성을 얻고 있다.
이 회사는 부도전까지만 하더라도 침체된 국내 오디오 시장을 살리기 위해 미니디스크 플레이어(MDP), 홈씨어터용 앰프인 AC-3앰프, 벽걸이 오디오 등 첨단기능을 내장한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해태전자의 명성과는 달리 그룹의 부도는 해태전자의 부도로 연결됐으며 이 여파는 결국 유럽 최대의 오디오 업체인 하만카든사와도 거래가 중단될 위기까지 내몰려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해태전자는 하만카든사가 판매하는 리시버앰프를 전량 생산해 월 4백~5백만달러씩 이 회사에 수출해왔으나 최근 생산라인이 중단돼 수출물량이 격감했으며 하만카든사도 이 때문에 리시버앰프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태전자의 부도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해태전자 자체의 경영부실만이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당초 해태그룹이 인켈과 나우정밀을 해태전자로 합병한 것은 제과와 음료 등의 사업에서 정보통신, 전자 분야로 제 2의 도약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였다. 3사 합병후 해태전자는 인켈과 셔우드란 브랜드를 확보함으로써 국내 최대의 오디오 전문업체란 인식을 국내외에 심어주었다.
해태전자는 천안 및 중국공장에서 자체 브랜드와 해외 유명 오디오업체들의 브랜드로 각종 오디오를 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신규수요가 급증할 가정극장(홈씨어터)시스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고부가가치의 오디오시스템과 대형 TV 등도 생산하는 등 국내 오디오 산업을 이끌어왔다.
따라서 해태전자의 부도는 곧바로 국내 오디오산업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태그룹 스스로 이같은 해태전자가 국내 전자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
오히려 경쟁사인 아남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해태의 자금력과 인켈의 기술력 및 브랜드 인지도가 결합돼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당초 기대됐으나 시기를 잘못 탄 것 같다』며 『국내 오디오 산업의 리더 격인 해태전자는 반드시 살려야 할 것』이라며 현재의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어차피 해태전자의 운명은 그룹과 같이할 수 밖에 없으나 국내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정부 및 금융권의 해태전자에 대한 보다 강도높은 지원을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해태전자의 위치와 가능성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해태그룹의 자구노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해태전자 또한 회생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시기가 문제』라며 『국내외 여건이 더욱 악화되기 이전에 국내 오디오산업의 대명사인 해태전자의 재기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들이 가시화돼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