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인터넷 홈페이지 제공서비스회사인 미국 지오시티스의 사이트(www.geocities.com)를 강제 폐쇄한 사건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강제 폐쇄의 이유는 정통부가 한국PC통신(코넷) 등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들을 통해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특정 사이트가 개설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지오시티스 사이트 전체에 대해 국내 인터넷사용자들의 접속을 원천 차단해버린 것. 그러나 정통부의 이같은 조치는 이적 표현물을 게재한 사이트를 차단하고자 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이곳에 홈페이지를 개설한 1천여 국내 이용자와 이곳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으려는 수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조차 접근을 막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지오시티스는 홈페이지 개설을 원하는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사이트를 제공하는 회사로 현재 「www.geocities.com」에 개설된 홈페이지만도 무려 1백만개. 또 이들 1백만개 사이트와 연결(미러링)돼 있는 다른 독립 사이트들을 감안하면 이번 지오시티스 폐쇄 여파가 국내 이용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오시티스 사건 관련 국내 이해당사자들과 업계관계자들은 물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이 연일 한국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유스넷에 게재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외에서 제작되는 웹매거진들이 이번 사건을 자세하게 알리는 항의 홈페이지를 구축하는가하면 세계적인 인권단체와 언론(CNN)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하는 등 점차 국제문제로 확대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월 검찰이 지오시티스의 1백만개 홈페이지 가운데 김일성부자 사진을 게재하는 등 친북한 성향의 「www.geocities.com/CapitolHill/Lobby/1461」사이트에 대해 정통부 측에 대책마련을 요청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정통부 측은 한국PC통신 등 4대 인터넷서비스회사들에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해당 사이트를 차단해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냄으로써 이번 사건에 이르게 됐다.
사건이 확대되자 정통부 측 관계자는 『협조공문에서 지오시티스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라고 한 적은 없다』며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인터넷서비스회사 관계자들은 현재 기술로는 지오시티스 같은 다중 사이트에서 특정사이트 하나만을 차단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득이 전체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국내 인터넷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오시티스 사이트를 차단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해당 이적표현물은 예컨대 「people.en.∥.∼juche」와 같은 미러링 사이트를 통해 그대로 검색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이번 조치는 『정부당국자의 인터넷과 정보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사건은 최근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보화시책과 관련산업 육성정책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여러가지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유스넷에 「한국에서의 인터넷 검열」이라는 메시지를 남긴 한 이용자(teldor@teldor.com, 메시지ID:877522291.2277@dejanews.com)는 청와대 측에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이번 조치는 야만적 검열의 한 형태이며 궁극적으로는 그동안 한국정부가 수호해온 민주주의와도 정면 위배되는 것』이라며 이번 폐쇄조치를 『즉각 철회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이용자(wsowa@engin.umich.edu, 메시지ID:63juf5$ig4@srvr.engin.umich.edu)는 『한국정부가 1백만명의 미국인들의 언론의 자유와 인터넷 상의 결사의 자유를 억압했다』고 주장했다.
「진시황의 분서갱유」 또는 「빈대 한마리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운 격」으로 비유되고 있는 지오시티스 사건은 이미 본궤도에 진입한 정보사회에서 「통신의 자유」나 「무엇이 국익인가」라는 문제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번에 정통부에 의해 폐쇄된 사이트 「CHAJUSONG(자주성)」은 호주에서 활동하는 친북단체 호주주체사상연구회의 홈페이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