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세계에서 생활하는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소리를 활용할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정상인들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듣고 따라하기」 학습기제가 이들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말을 배우기 이전부터 청각장애를 겪는 어린이들은 아름다운 음성마저 잃어버린다. 단지 듣지 못한다는 장애가 이들에게서 말할 기회마저 앗아가 버린 탓이다.
이달 초 개최됐던 제 28회 전국 교육자료전에서 서울 선희학교 홍춘성 교사(43)가 많은 이들의 갈채를 받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소리 뿐 아니라 말을 잃어버린 어린이들을 위해 「보고 따라하기」 학습기구를 만들어냈다. 청각장애아들이 음향을 음성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돕는 언어학습기를 개발, 어린이들에게 소리를 찾아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가 같은 학교 동료인 강영호 교사와 함께 개발, 출품했던 이 청각장애아용 언어학습기의 요지는 들리는 소리를 보이는 소리로 바꾸어 어린이들의 말과 발음을 지도한다는 것.
학습코자 하는 단어를 첫 번째 TV 화면을 통해 글자카드와 교사의 입모양으로 보여 준후 어린이들이 두 번째 화면에 비친 자신의 입모양을 교사의 입모양과 같도록 연습, 정확한 언어를 습득토록 한다는 것이 학습기의 주요 내용이다.
학습기에 활용된 주요 도구는 두 대의 소형TV와 비디오 카메라,소리의 강약 및 고저를 불빛으로 알 수 있도록 만들어진 2대의 측정기.
이 중 TV 수상기는 의자에 앉은 어린이들의 눈높이 위치에, 소리 측정기들은 좌우측 스피커 옆에 각각 설치, 비디오에 녹화된 교사의 음성과 어린이가 내는 소리를 정확히 비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청각장애아들의 언어학습을 위해 이처럼 보여지는 학습기재를 개발해낸 홍교사는 많은 이들의 감동을 자아내며 지난 10일 전국 교육자료전 특수교육 부분에서 교육부 장관상을 거머쥐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보여진 창의적 발상도 돋보였지만 심사위원들을 감동시킨 것은 무엇보다도 청각장애아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그의 교육자적 집념이었다.
실제 이 청각장애아용 언어학습기의 구상 및 제작에는 무려 3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고 1천4백46개의 초등학교 기본단어를 비디오 테잎에 담기위해 그와 강교사는 지난 9월과 10월 저녁시간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다.
청각장애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학습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두 교사의 의지는 마침내 지금의 학습기를 만들어냈고 결국 많은 사람들의 감동까지 끌어내게 된 것이다.
올해로 교직생활 23년째에 접어든 홍교사가 이처럼 청각장애아 교육에 투신하게 된 것은 지난 93년.
그는 일반 고교와 초등교에서의 18년 교사생활을 정리하며 남은 날들을 보다 보람있게 만들어보자는 다짐이 이 곳에 오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끼고 수학응용 문제를 청각장애 어린이들에게 이해시키는 일이 가장 어려울 뿐 그는 교사라는 일에 대해서는 한 번도 후회해보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CD롬 등 대화형 학습기구를 이용, 보다 유용한 특수교육기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며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말로 그는 이후의 일정을 정리했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