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1] 클로버컴퓨터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은 패배의 상처가 얼마나 아픈지를 안다. 문득 떠오르는 아픈 기억만큼 이들은 때론 잡초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며 산다. 또다시 실패할 수 없다는 다짐들이 이들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일 것이다.

지난 9월말 「컴퓨터업계의 새바람」을 주창하며 새롭게 문을 연 클로버 컴퓨터(대표 이기수)도 이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문을 연 지 불과 두 달이 채 못됐지만 이 곳에는 한 치의 허점도 용납되지 않을만큼 철저한 관리체계가 마련돼 있다.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도 이같은 분위기에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불황 속에서도 기필코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일당 백이라는 자신감이 있고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도 가득하다.

회사 전체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유는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패배의 쓰라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양, 멀티그램, IPC, 아프로만 등 비록 자신들이 경영한 회사는 아니었지만 이들은 모두 경기침체로 쓰러져간 중견 컴퓨터업체에서 중추역할을 해왔다는 공통 이력을 지니고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되새기며 이들은 한 곳으로 모여들었고 컴퓨터업계의 돌풍을 다짐하며 지금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패배를 경험해본 만큼 문제점과 어려움 앞에서 누구보다 정확하고 빨리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말이다.

현재 클로버 컴퓨터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총 15명. 그리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이들은 과거 팀장이상의 직급으로 일했던 일당 백의 기술력과 영업능력들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 이기수 사장도 한 때 잘나가던 컴퓨터업계에서 근무하며 국내 시장 상황을 몸소 체험했던 컴퓨터 정보통이다.

이 사장이 클로버컴퓨터의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 3월로 자신이 근무하던 아프로만이 쓰러져간 후 불과 한 달 후부터 재기를 다짐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재기를 꿈꾸고 있던 업계 동료들을 불러 모았고 이어 자금과 물품 확보선 등 시장 조사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자재를 공급키로 했던 업체가 불황 여파로 두 곳이나 문을 닫는 등 준비 과정도 만만치는 않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그는 지난 9월 말 부천 소사역 근처에 대지 3백평, 건평 2백80평 규모의 공장을 마련하고 영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시장상황이 어려운 만큼 자재공급선은 한 품목당 3개 이상을 확보했고 물품판매도 소비자가 구매를 원할 경우 제품을 제작, 배달해 주는 주문자 생산방식을 채택해 안전한 회사운영을 시도했다.

현재도 인천과 수원, 안양, 삼척, 강릉 등에 50여개의 대리점이 확보된 상태며 연말까지 2백20여개의 대리점을 확대,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출 계획이다.

이사장의 소망은 클로버컴퓨터를 전세계적인 컴퓨터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

이미 MMX 펜티엄 2백MHz 멀티PC와 펜티엄Ⅱ PC인 「클로버 위니홈」을 앞세워 첫 걸음은 내딛은 상태다. 남은 날은 많지만 정상을 향한 큰 걸음은 이미 시작한 것이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