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회사 입사과정을 단계별로 나누면 크게 세가지입니다. 이력서를 포함한 서류심사, 매니저들과 치르는 면접 두세번, 그리고 나서 지사장과 월급을 조정하게 됩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취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같은 사회적 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요즘 서점가에는 창업이나 취직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마이크로소프트의 홍보팀장인 이기대씨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외국인회사 들어가기 옮겨가기」(청림출판)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대부분의 취업서적이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이 책은 외국인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있어 이채롭다.
저자 이씨는 이 책에서 외국인회사는 승부근성을 가진 사람들이 다니는 곳으로, 능력으로 평가받겠다는 생각이 없다면 아무리 영어를 잘하더라도 외국인기업에 들어가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는 그러면서도 경험으로 안 사실이지만 외국인회사에 적합한 사람이 국내회사에 다니기에는 개인의 정서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잠시 국내기업에 근무하다 93년부터 지금까지 외국인회사에서 세일즈 및 마케팅 매니저로 일해왔다. 저자는 『외국인기업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고민과 시행착오를 다른 사람들이라도 덜 겪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며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외국인기업에 들어가려는, 또는 외국인기업으로 옮기려는 사람들에게 이력서 작성에서부터 면접까지 체험적인 내용을 토대로 자세히 정리돼있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돼있다. 제1장은 외국인회사와 국내기업간의 문화적 차이를 다루면서 자신이 외국인회사에 적합한 사람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들어있으며, 제2장부터 제4장까지는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요령과 면접전략 순으로 정리돼있다. 특히 장마다 모범답안 등 예제가 풍부하게 제공되고 있으며 중요한 과정인 영어인터뷰에서는 예상되는 질문 50가지를 정리해놓았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기업(외국자본 비율이 50% 이상)은 7백98개에 이르며 그곳에 종사하는 직원만도 18만3천여명에 달한다. 국적별로는 미국계 기업이 48%로 가장 많다.
저자는 『노동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연락사무소와 지사까지 합하면 6천여개에 달한다』면서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심각한 취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들 외국인기업은 올해 신규 채용규모를 늘리고 있으나 외국인기업 취업을 대상으로 한 안내책자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마땅한 참고자료가 없어 글을 쓰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외국인기업은 개인의 성숙도를 최고의 가치로 평가하고 있다. 또 아무리 업무의 공백상태가 길게 이어진다 해도 시간을 두고 꼭 필요한 사람을 채용한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외국인기업은 국내기업처럼 위계질서 하에서 움직이는 것보다는 개인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그에 대한 책임도 분명하다』면서 『인력이 빠져나가 동료들이 힘들어도 심사숙고한 이후에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적고 있다.
책이 서점에 나온 이후 저자 이씨에게는 전자우편을 통해 자신이 작성한 영문이력서 등을 한번 봐달라는 독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력서 자체보다 자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경우 동료의 지원보다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개인 중심의 철저한 프로근성 없이는 외국인기업에 들어가지 말라고 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봉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