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무반품 관행 흔들린다]

유통업체들의 잇단 부도 등으로 대공황설이 나도는 등 게엄업계의 불황이 가속화되면서 제작사와 유통사간 「반품」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특히 최근 게임관련 대기업 S사와 게임총판인 H사 간에 벌어지고 있는 「반품 처리」 공방전을 계기로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H사는 S사와 일본 세가사의 게임타이틀 「P」와 관련한 총판계약을 체결하면서 최소한 1만5천장 이상을 판매키로 합의했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이 타이틀의 판매가 5천장선에 머물자 나머지 1만장의 재고를 「양품교환」 형식으로 반품처리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H사측은 계약서 상에 「판매가 부진할 경우 양품교환해 준다」는 조항을 명기했기 때문에 이같은 요구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S사측은 『최소 약정 판매량의 60% 이상을 반품해 주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양품교환에 대한 합의」도 당시 유통관행을 모르는 신입사원이 실수로 계약서 뒷면에 적어준 것이어서 법적 해석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항변한다.

이같은 두 회사간의 공방전을 계기로 업계에서는 「무반품관행」에 대한 찬반양론이 제기되고 있다.

제작사들의 경우 대부분 이 관행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총판이라는 개념 자체가 판매부진에 대한 리스크를 떠안는 대신 50% 내외의 고마진을 보장받는 것인데다 반품이 성행할 경우 무리한 약정 판매량 요구, 편법영업, 덤핑 등 유통질서의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유통사와 제작사가 모두가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총판측은 제작사-총판-유통사-소매점으로 이어져온 게임유통라인중 하위 유통선으로부터 반품요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총판측도 제작사에 반품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전에는 일단 공급한 물건에 대해 유통사나 소매점으로부터 반품을 받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으나 최근 이러한 원칙이 무너지고 있어 공급업체가 반품을 받아주지 않을 경우 자신들이 재고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통사의 한 관계자는 『H사가 재고분 1만장을 전량 양품교환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그동안의 관행에 비춰볼 때 무리한 것으로 일단 대금결재를 해준 후 다음번 거래에서 원가를 낮추는 등의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전제하면서도 『「무반품」관행의 어려움 때문에 이같은 마찰이 발생한 만큼 앞으로 제작사들이 10% 내외의 반품은 허용하는 것이 유통사의 잇단 부도를 막는 길』이라고 제시한다.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도 『H사와 S사간 발생한 분쟁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게임유통업계의 무반품 관행은 이미 하위 유통망에서부터 깨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반품」문제에 대한 제작, 공급사와 유통사들간의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