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들 전자관련 부품 소재사업 육성 배경]

삼성, LG, 대우그룹들이 왜 부품소재분야에 눈을 돌리는 가. 이들 그룹은 2∼3년전부터 이 분야의 진출을 위해 시뮬레이션해오면서 부품 소재분야에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이들 그룹들은 내년에도 6조원에서 8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여러분야에 투자할 계획인데 그중에서 상당한 금액을 반도체, TFT LCD 등 디스플레이, 전지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속된말로 부품, 소재분야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전자분야를 이끌어 왔던 가전제품에서 고성장을 기대할 수 없을 뿐아니라 수익성도 악화되면서 이들 그룹은 주력업종인 전자분야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자연스럽에 부품소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반도체의 신기루가 한 몫 단단히 거들고 있다. 삼성그룹의 주력기업인 삼성전자가 지난 96년 반도체에서 단군이래 최대의 이익률을 기록하면서 그룹전체의 위상을 높였을 뿐만아니라 수조원을 쏟아 부어야 하는 자동차 분야의 진출을 가능케 했다. 따라서 모든 그룹들이 반도체의 위력을 절감하면서 부품, 소재분야에 눈을 돌리게 됐다.

더구나 가까운 일본 전자업체들을 시뮬레이션한 그룹들은 부품 소재분야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조립업체인 마쯔시다와 알프스가 84년에 두자리 숫자의 이익률을 기록했으나 10년지난 95년 이후부터는 1∼-%의 이익률을 올리는 데 급급하고 있다.

이에반해 무라타, TDK, 교세라 등 부품, 소재업체들은 경기부진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95년 이후에도 15∼20%대의 두자리 숫자의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업계의 동향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 그룹의 최고경영자들은 앞다퉈 부품 소재분야의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LG그룹의 전자CU장을 맡고 있는 LG전자의 구자홍사장은 2∼3년전부터 부품, 소재산업의 육성을 강조하면서 브라운관 등 디스플레이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한다는 톱 3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삼성그룹은 반도체 다음의 전략상품을 빠른 시일내에 육성토록 한 이건희회장의 지침에 따라 「신수종사업계획」을 추진하면서 1차로 선정한 9개사업 중에 전자 부품 및 소재인 CPU/ASIC, TFT LCD, 리튬이온전지, 칩 부품, MLB 등 5개사업을 선정하고 그룹차원의 투자를 집중화하고 있다.

대우그룹도 댕크주의를 앞세워 상대적으로 가전제품에 치중하는 양상을 보였던 대우전자가 중심이 되어 부품, 소재분야의 육성에 눈을 돌리면서 기술력이 없는 분야에선 과감한 M&A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 그룹의 부품사업을 주도해 나갈 대우전자의 배순훈회장도 관계사의 공장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빠짐없이 부품 소재산업의 육성을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그룹의 투자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 그룹이 뛰어드는 분야가 이미 일본업체들이 성장가능성을 확인시켜준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본업체들과의 경쟁뿐 아니라 국내업체끼리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예로 TFT LCD의 경우 삼성, LG, 현대 등 3사가 집중적으로 투자하고있으며 21세기 성장유망품목으로 등장하고 있는 2차전지의 경우 삼성, LG, 대우뿐 아니라 여타 대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업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본업체와는 달리 부품, 소재분야의 기초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오히려 외국업체들의 배만 불려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 이들 그룹도 부품, 소재분야의 기반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21세기를 맞아 부품, 소재분야에 집중화하고 있는 이들 그룹의 투자가 결실을 맺어 우리의 부품소재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원철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