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서버시장 『대변혁의 바람이 분다』

전세계 서버시장에 대변혁의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세계 서버시장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이 거센 변혁의 바람은 태평양을 넘어 한국을 강타하고 있다.

인터넷을 타고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이 변화의 바람 진원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서버업체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인 듯하다. 이른바 「윈텔진영」이라고 불리고 있는 두 회사는 PC시장에서의 패권적 지위를 바탕으로 서버시장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 3년 전부터 서버용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공략에 본격 나선 인텔은 현재 윈도NT 서버용 칩 시장을 석권했고, 독자적인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탑재한 유닉스서버용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도 상당수 잠식하고 있다.

여기에다 강력한 동반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사적 전산환경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개발한 「윈도NT 4.0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발표함에 따라 윈텔진영은 세계 서버시장의 판도마저 뒤집어놓을 정도의 파괴력을 갖게 됐다.

「윈도NT 4.0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탑재한 윈도NT 서버는 지금까지 유닉스서버와 메인프레임만이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간주돼온 전사적 전산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미 전세계 수많은 소프트웨어업체와 서버업체들이 윈텔진영 아래 모여들고 있다. HP, DEC, 컴팩-탠덤, 유니시스, NCR, 시퀀트, 데이터제너럴, 지멘스피라미드 등 국내에서도 명성이 알려진 서버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 혹은 인텔과의 전략적 제휴를 경쟁적으로 체결하고 있다. 심지어 서버업체들은 자사가 윈텔진영과 가장 긴밀한 전략적 제휴파트너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윈텔왕국에 맞서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서버업체는 IBM,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실리콘그래픽스, 후지쯔 등 5,6개 업체.

전세계 서버시장을 사실상 주도해온 IBM은 수십년간 쌓아온 명성과 기술, 고객 등을 기반으로 윈텔진영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메인프레임(S/390)과 유닉스 서버(RS/6000)에서만큼은 어떠한 업체에게도 안 밀리겠다는 각오아래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IBM은 메인프레임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최근 개당 60MIPS의 정보처리 능력을 지닌 제4세대 CMOS 마이크로 프로세서로 교체한 데 이어 운용체계(OS 390)의 개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IBM과 더불어 윈텔진영에 맞서고 있는 서버업체가 선마이크로시스템스다. 선은 현재 인터넷 웹브라우저인 「자바」를 비롯해 「솔라리스 유닉스」 「스파크 마이크로 프로세서」 등을 방패로 삼아 윈텔진영의 무차별적 공격에 대항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 프로세서 부문에서 어깨를 겨루던 HP, DEC 등이 윈텔진영에 투항하고, 선클론들마저 동요하는 기색을 보임에 따라 미래에도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지금처럼 콧대를 세울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IBM,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같은 일부 대항세력이 있기는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내로라 하는 유명 서버업체들을 자기진영에 줄서도록 할 수 있는 배경은 윈텔을 기반으로 한 서버가 가격 대비 성능에서 유닉스서버나 메인프레임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펜티엄 프로와 윈도NT를 기반으로 설계된 서버의 가격은 비슷한 성능의 비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 유닉스 기반의 서버에 비해 최소 4배에서 최대 10배 정도 낮다는 게 관련업계의 의견이다.

여기에다 인텔은 서버의 핵심 구성품인 메인보드(SHV)까지 제작, 서버업체에 공급하고 심지어는 최근 인수한 미국 콜로라리사를 통해 서버마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윈텔을 중심으로 한 합종연횡을 추진하고 있는 기존 유닉스서버 및 메인프레임 업체들이 마냥 윈텔의 패권적 지위 확대를 방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속적인 마이크로 프로세서 개발에 투입되는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감당할 수 없어 인텔에 몸을 의탁하지만 이들 업체는 그동안 서버시장에서 누려온 봉건영주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선 유닉스 서버업체들은 현재 윈텔기반의 윈도NT 서버가 최대 8개까지 CPU를 탑재할 수 있는 확장성의 한계를 지닌 점에 착안, 확장성과 가용성(HA)이 요구되는 대용량 서버사업에 사운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특히 이들 유닉스 서버업체는 그동안 독자적인 설계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아키텍처 기술)를 무기삼아 윈도NT 서버가 넘볼 수 없는 하이엔드 서버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특히 HP, DEC,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실리콘그래픽스 등은 올 하반기부터 모든 기종의 유닉스기종에 64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64비트 운용체계를 탑재, 이 시장을 겁없이 밀고 들어오는 윈도NT 서버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HP는 최신 버전의 64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인 「PA-8200」과 64비트 운용체계인 「HP-UX 11.0」을 최상위 서버기종인 「V2200」에 탑재한 이후 여타 기종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DEC는 6백26㎒의 클록 스피드를 지닌 알파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64비트 유닉스 「디지털 유닉스」를 자사 최상위 유닉스 기종인 「알파서버 8000」시리즈에 탑재했다.

선마이크시스템스는 64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 「울트라 스파크」와 64비트 운용체계 「솔라리스」를 자사 최상위 서버인 「엔터프라이즈 10000」에 장착했으며, 실리콘그래픽스도 64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 「R10000」과 64비트 운용체계 「아이릭스」를 모든 서버에 장착, 주력 공급하고 있다.

후지쯔는 올초부터 대형 메인프레임(GS8000)과 유닉스 서버(그랜파워7000) 두 기종에 동일한 무게를 두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히타치는 제4세대 CMOS로 메인프레임의 CPU를 교체, 이 시장 맹주인 IBM을 추격하고 있다.

한편 한때 메인프레임의 자존심으로까지 불리운 유니시스는 미국 앤더슨컨설팅사의 회장이었던 와인백을 새로운 회장으로 영입하면서 윈도 NT서버 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변신의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항간에는 유니시스가 세계 메인프레임 업체로는 처음으로 메인프레임에 윈도NT를 장착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대형 서버업체들은 이처럼 시스템 내부구조와 운용체계를 변신시키는 것과 병행해 솔루션이란 마법사를 확보하는 데도 혼신의 힘을 경주하고 있다. 앞으로의 서버사업의 성패는 하드웨어적 성능에 달려 있기보다는 솔루션에서 결정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대형 서버업체들은 특정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솔루션업체와 전략적으로 제휴하거나 기업의 인수, 합병(M&A)을 통해 솔루션업체를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어느 분야에서나 세계 넘버원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요 중대형 컴퓨터업체간의 전략적 제휴 내지 M&A가 더욱 거세짐에 따라 국경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 대우통신 등 주전산기 업체들도 이같은 대변혁의 물결에서 낙오되지 않겠다는 각오아래 세계 중대형 서버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서버를 개발하거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국내 컴퓨터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