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메인프레임, 유닉스서버, PC서버 등 각종 서버를 판매하고 있는 기업은 20여개 업체에 달하고 있다. 이들 업체 대부분 많게는 7, 8개 기종에서부터 적게는 3, 4종의 서버를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서버 기종은 1백여개에 달한다.
그런데 업체들마다 자사 서버가 가격대 성능면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우수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특히 외국계업체들은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치 등 각종 성능시험수치를 들어 자사 제품이 경쟁사에 비해 우수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버를 이용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기업들은 어느 업체의 서버가 자사전산시스템으로 적합한지 판단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막대한 전산투자 비용도 문제지만 전산시스템은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기종 선정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자칫 컴퓨터 기술발전 추세에 부응하지 못하는 시스템으로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그로 인해 빚어지는 기업의 기회비용상실 등 후유증은 심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현재 20여개 업체가 공급하고 있는 1백여종의 서버 중 어떤 기종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가.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아직까지 없다.
컴퓨터 기술발전 추세를 잣대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서버(소프트웨어적 기능 제외)들을 분석해보면 우선 서버의 핵심인 「마이크로프로세서」, 이를 기반으로 한 「메인보드 설계기법」 등이 중점 비교 대상으로 떠오른다.
한국IBM, 한국유니시스, 한국후지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일본 히타치), 청호컴퓨터(미국 암달) 등이 5파전을 벌이고 있는 메인프레임의 경우 대부분의 기종이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마이크로프로세서를 CPU로 탑재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공급하고 있는 메인프레임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그 탑재방식면에서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업체마다 보유하고 있는 CMOS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초당 처리하는 명령어수치에서 다소 차이점을 나타낸다.
현재 이들 5개사가 판매하고 있는 메인프레임의 CPU당 정보처리능력은 45∼70MIPS(초당 1백만명령어처리)정도다. 내년초에는 CPU당 1백MIPS 정도의 능력을 지닌 CMOS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닉스서버의 경우 공급업체가 다양하고 기종별로 CPU와 이를 기반으로 한 메인보드 구성기법도 각기 다르다. 이는 개방화되고 표준화된 기술을 채택하다보니 업체마다 차별성을 두기 위한 노력의 산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유닉스서버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는 한국HP를 비롯해 한국IBM, 한국디지탈,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한국실리콘그래픽스, 한국후지쯔, 한국NCR, 한국유니시스, 지멘스 피라미드, 한국데이타제너럴, 한국탠덤, 한국스트라투스, 시퀀트(쌍용정보통신) 등 외국계 13개업체와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 대우통신, 삼보마이크로시스템 등 5개 국내업체다.
이중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한국후지쯔, 삼보마이크로시스템은 64비트 「울트라 스파크」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서버의 CPU로 사용하고 있고 한국실리콘그래픽스, 한국탠덤, 지멘스 피라미드는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R10000」을 유닉스 서버의 CPU로 탑재하고 있다. 한국NCR, 한국데이타제너럴, 쌍용정보통신, 한국유니시스 및 국산 주전산기업체들은 인텔칩 기반의 유닉스서버를 공급하고 있으며 한국HP와 한국스트라투스는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PA-8000계열」을, 한국IBM은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RS64」를, 그리고 한국디지탈은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알파」를 각각 유닉스서버의 CPU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 중 대부분이 지난해 말까지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했으나 올들어선 인텔칩 기반업체를 제외하고 모두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CPU로 탑재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만한 대목은 상당수 업체들이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유닉스서버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 지멘스 피라미드와 한국탠덤은 최근 인텔칩 기반의 유닉스서버를 일부 기종에 한해 공급하기 시작했고 한국HP와 한국스트라투스도 인텔칩 기반으로 선회를 준비중에 있으며 한국디지탈도 상당부분 인텔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나가면 향후 3, 4년내에 한두개 정도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서버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인텔이 자사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설계한 서버용 메인보드(일명 SHV보드)를 직접 생산, 서버업체에 공급한 데 이어 최근 인수한 미국 콜로라리사를 통해 서버까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판매할 계획으로 있어 유닉스서버업체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부문에서의 경쟁양상이 「64비트화」 「기업체간 합종연횡」 등 단순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면 아키텍처를 둘러싼 유닉스서버업체간의 경쟁은 훨씬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올초까지 유닉스서버에 적용돼온 주력 아키텍처는 대칭형멀티프로세싱(SMP)과 초병렬처리(MPP)기법이었다.
SMP기법을 바탕으로 한 유닉스서버를 중점 공급하고 있는 업체는 한국HP, 한국디지탈,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한국후지쯔, 한국유니시스 등이고 MPP기법의 유닉스서버를 공급하는 업체는 한국IBM, 한국 NCR, 지멘스 피라미드 등이다.
이처럼 SMP기법과 MPP기법으로 양분화된 대결 구도로 전개돼온 국내 유닉스서버업계의 아키텍처경쟁은 쌍용정보통신이 비균등메모리접근(NUMA)방식의 아키텍처를 적용한 미국 시퀀트의 서버를 국내에 공급하면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NUMA기법이 SMP기법과 MPP기법의 장점만을 취합한 차세대 아키텍처로 알려지면서 한국데이타제너럴, 한국실리콘그래픽스, 한국HP, 지멘스 피라미드 등이 NUMA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시스템 용량을 무한정 확장시킬 수 있어 데이터웨어하우징 등 대규모 병렬 데이터처리 분야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돼온 MPP기법의 유닉스서버는 지원되는 응용 애플리케이션의 부족으로 국내시장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풍부한 응용 애플리케이션을 갖고 있는 SMP기법과 확장성이 뛰어난 MPP기법의 장점들이 결합된 NUMA기법을 적용한 서버들이 국내 유닉스서버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위기 의식을 느낀 기존 SMP방식의 서버업체들이 최근 들어 대반격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반격의 선봉은 한국디지탈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맡고 있는 듯하다. SMP방식의 서버만을 고집하고 있는 이들 두 업체는 SMP방식의 서버가 여타 아키텍처에 비해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극복하기 위해 클러스터와 크로스바 기술을 자사 서버에 각각 채택하고 있다.
당초 동일한 서버 2대를 연동시켜 전산시스템의 고가용성(HA)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된 클러스터 기술은 이제 시스템 자체를 무한정 연결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는데, 한국디지탈이 이 클러스터 도입에 적극적이다. 한국디지탈은 이 클러스터 기술을 이용해 자사 유닉스서버를 최대 8대까지 연결, 동일한 시스템처럼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최대 1백28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크로스바 기술로 SMP의 확장 한계성을 극복하고 있다. 한국썬이 채택하고 있는 크로스바 기술을 이용해 최대 1백28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들어 PC서버업체들도 유닉스서버업체들이 적용해온 각종 시스템 아키텍처를 PC서버에 적용하고 있어 내년이면 최대 16개의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한 대용량 PC서버도 출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