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차설비 업계의 바램

潘元益 입체주차설비조합 이사장

주차설비산업은 시스템 설계 및 엔지니어링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기 때문인지 신규로 참여하는 업체가 여타 산업보다 훨씬 많다. 특히 주차난이 심각해진 요즘 들어 이 시장에 참여하는 신규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시장규모보다 많은 업체가 난립하면서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출혈수주가 잇따르는 등 건실한 중소 주차설비 업체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 부도와 재창립을 거듭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면서 주차설비 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만 깊어지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약 40여개의 중소 주차설비 업체가 부도를 내고 이들 중 상호와 대표자 명의만 바꾸고 다시 계속 영업을 하는 업체가 무려 10여개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매년 부도난 회사수에 맞먹을 정도의 업체가 새롭게 탄생, 내지는 탈바꿈하는 것은 주차설비 회사를 차리는 데 필요한 설립요건을 명시하는 아무런 법적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승강기설치공사업 면허제라는 유명무실한 법집행도 업계 난립에 한몫을 했다. 면허가 없는 업체들의 설치 시공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왜 법을 제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주차설비 업계의 혼란과 난립은 누구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업계 재편은 업계 스스로의 자정에 의해 자연스럽게 틀을 갖춰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손쉬운 회사설립과 무면허로 설치 시공해도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악순환의 고리만 반복될 뿐이다. 정책 당국은 관계 법령을 강화해 무분별한 업체 난립을 막고 우수업체의 지원을 강화, 업계가 체계적인 구조 속에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2년마다 개정되면서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대도시 인구유입 및 자동차 보유대수 증가 현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현행 주차장법의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물론 개정 주차장법은 사회의 변화발전에 따른 인구증가 및 가구수, 자동차수와 현행 법체계에 따른 주차장수 등에 대해 세밀하고 정확한 분석을 거쳐야 한다.

이밖에 도심의 공원, 광장을 이용한 지하주차장, 도심 상업지역의 주차장, 가로의 정비에 따른 노상주차장, 도심을 연결하는 대중교통 시설과의 연계를 위한 환승주차 건립이 시급한 만큼 이 분야에 대한 효율적인 주차장 정책수립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가급적이면 좁은 공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계식 주차장 건립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주차설비 업계는 현재 대기업, 중소기업, 영세중소기업 등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설계, 제작, 시공, 보수까지 모두 하고 있는 업체는 극히 드물고 이들 중 하나 내지 두개 정도만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 영업력이 부족하고 물량면이나 수익성 면에서도 크게 뒤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안전도 심사와 사용검사에 따르는 수수료마저 중소업체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법적으로 사용검사 수수료는 건축주가 물게 돼 있으나 현실은 설치 시공사가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설치 시공사가 건축주를 대신해서 사용검사를 신청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건축주가 신청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며 너무 비싼 검사비도 체계적으로 재조정돼야 한다.

또한 현재 법체계에 따라 안전도 심사에서 사용검사 필증을 받기까지 4단계의 기관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안전도 심사 합격 통지를 받으면 해당 시도에서 인정서를 교부받는다. 그 다음 교통안전공단이나 승강기관리원에서 사용검사를 받고 합격하면 다시 해당 시도에서 합격필증을 받는 등 형식적인 행정절차로 인해 불편함과 시간낭비가 심한 실정이다.

업계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영합리화를 이루고 정책당국은 업체들의 난립과 과당경쟁, 행정적 번거로움 등을 막을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