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쟁점으로 떠오른 "통신사업자 퇴출"

국내 정보통신업계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경쟁환경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부터 통신분야의 신규사업자 가세로 새로운 경쟁환경이 구축되면서 총체적 구조변혁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경쟁체제에 익숙한 일부 업체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기업들은 일대 혼돈상태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보통신시장의 개방화, 국제화에 대비, 지난 몇 년 동안 통신서비스의 경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신규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통신사업자의 퇴출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수도권 지역 일부 시티폰사업자들이 더 이상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허가를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직, 간접적으로 표명하고 나서 그동안 전례가 없었던 기간통신사업자의 퇴출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그동안 사업권을 따내기만 하면 수익성이 보장되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간주됐던 이동통신서비스도 이제는 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 창출에다 경쟁의 격화로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분야가 생겨난 것이다. 이동통신분야도 더 이상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반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공익성이 강한 기간통신사업의 경우 비교적 퇴출이 자유로운 여타 사업과 달리 현행법상 사업포기 때에도 정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서는 일반 가입자는 물론 관련장비 공급업체 등으로까지 퇴출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기간통신사업자의 휴, 폐지 절차를 규정한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14조 1항은 「기간통신사업자가 그가 경영하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휴지 또는 폐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3항에는 「공공의 이익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승인 또는 인가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해 정부에 총괄 조정권을 주고 있다.

따라서 시티폰사업자가 퇴출신정서를 정식으로 정통부에 제출할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파생할 수도 있다. 우선 실제로 퇴출허가서가 접수될 경우에는 퇴출허가절차를 새로 마련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 보호대책 수립 등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십만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통신사업자가 더 이상 사업을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입자들로부터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 등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어 정부가 통신사업자의 공익성과 사업성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통신사업 퇴출시의 가입자 보호대책에 대한 규정을 명문화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퇴출문제의 1차적 책임은 시티폰사업자들에게 있지만 정부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통신서비스의 중장기 발전 추세를 감안해 통신사업자를 선정해야 할 책임이 정부에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 PCS, 시티폰 등 엇비슷한 성격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잇따라 경쟁체제로 전환되면서 벌써부터 사업포기론이 제기되고 인수합병(M&A)론이 등장하는 것은 정부의 정보통신정책에 무리가 있었음에 다름 아니다.

아직까지 국내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이미 이루어 놓은 아성을 스스로 지킬 만한 힘이 모자라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 스스로가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선도하고 경쟁적 시장논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새로운 기업환경에서 지속적 성장은 커녕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 스스로가 차별화한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더 좋은 무기는 없다.

기업의 기술개발과 서비스 선도 노력은 시장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략으로 나타나야 한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부단히 개발해 신기술로 대처하지 않으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기간통신사업자의 퇴출문제는 기업의 사활과 가입자의 권익보호라는 양립적인 요소가 상존해 판단을 내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앞으로 나타날 기간사업자들의 퇴출 증가에 대비, 다각적인 연구검토가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