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케이블TV 지역채널 「뿌리 내리기」

「웬만한 프로그램공급사(PP)채널들보다는 종합유선방송국(SO)이 제작하는 지역채널이 낫다」

PP와 함께 케이블TV의 또다른 한축을 형성하고 있는 SO편성제작팀 관계자들은 늘상 이같은 주장을 편다.

그러나 실상 뚜껑을 열어 놓고 보면 이같은 상황은 일부 SO에 국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내 행정,문화 소식을 제작, 편성하는 것이 주내용인 SO의 지역채널. 얼마전에는 독창적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은 물론 이웃 SO들이 제작한 프로그램까지 교환방영하는 등 활성화 기미를 보였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SO 편성담당자들은 『케이블TV가 점차 정착단계에 접어들면서 지역채널이 가입자들의 선호채널로 서서히 자리잡아 나갈 것』이라고 기대섞인 자신감을 피력했었다.

물론 지역채널 운영 초기에는 「단순한 방송사 흉내채널」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케이블TV의 경륜이 쌓이면서 지역채널은 케이블TV 가입자들의 채널서핑의 하나로 완연히 자리잡아가는 것으로 비쳐졌었다. 특히 연말 대선 이후 또는 새정부 출범을 전후해서 지역채널에 대한 보도채널 허용이 공론화된 상태여서 지역채널의 활성화는 당연한 추세인 듯 했다.

지난 5월말에는 1차 허가구역내 25개 SO가 참여해 한국케이블TV내 편성제작자 협의회가 출범,SO교환프로그램이라는 프로젝트를 띄우는 등 활성화 양상을 나타냈었다.

이 모임은 SO가 제작하는 지역프로그램을 매달 1편씩 교환해 「케이블TV 전국을 가다」라는 타이틀로 방영한다는 계획으로 이어졌다.

해당 SO구역내 관광지 탐사,화제인물 및 지역행사 소개탐구 등의 소재를 준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을 교환하는 이 프로젝트는 시행초기만 하더라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도시지역의 SO들은 주로 사람사는 이야기나 지역행사를 다큐형식으로 엮었고 지역SO들은 풍물이나 관광지,지역문화 소개를 특징으로 한 프로그램을 제작,교환해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지역채널의 활성화를 엿보게 했던 이 교환프로그램 프로젝트는 일부 SO끼리 연결되고 있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8월 이후부터 중단된 상태이다.

케이블TV 가입자 확보가 급선무인데다 설상가상으로 경기침체가 가세하면서 일부 경영진들은 지역채널에 대한 투자를 급속히 위축시켜 나갔다.

물론 「지역채널 활성화」가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다.

지역채널 위축에 대한 자성의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SO편성제작자 협의회가 이달말 지역채널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모색에 나선다. 협의회는 SO간 프로그램 교환의 재시도와 함께 지역채널 활성화 전반에 대한 논의를 다시금 시작할 예정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하듯 일부 SO를 중심으로 「지역채널 뿌리내리기」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한국케이블TV 관악방송의 경우 11월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KCT 가요열창」,「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프로그램을 방영,가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KCT가요열창」은 관악구내 34개 초중등학교 어머니회를 대상으로 활동상 소개 및 노래경연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며, 새로이 마련한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명예퇴직 등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창업투자 안내 프로그램이다.

또한 관악방송을 비롯한 상당수 SO들은 행정정보 및 문화소식 등 뉴스프로그램의 내실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이에는 주부리포터들이 가세하고 있다.

전반적인 투자축소 분위기 속에서도 케이블TV가 지역내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SO들의 주민참여프로그램 및 문화행사 개최도 활발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한국 케이블TV 천안방송의 경우는 매주 「CBN한마당」이라는 주제로 주민참여 오락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고 있으며, 부산의 금정방송은 「싱어롱노래교실」이라는 노래배우기 프로그램을 매주 고정편성,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보도기능을 획득할 지역채널이 PP와의 경쟁은 물론이고 지역민방이나 MBC 및 KBS등 지역네트워크와 경쟁을 통해 나름대로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단순한 행정정보나 문화소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닌 기획프로그램이나 볼거리를 수시에 전달 할 수 있는 제작역량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력과 장비는 물론이고 프로그램 제작비용 지출에 더이상 인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2시간에 그치고 있는 방송프로그램 시간의 연장도 이제 전향적으로 개선해야 할 때가 됐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가입자의 권리인 채널서핑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지역채널은 「주파수 낭비」이기 때문이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