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서비스 경쟁확대 정책 총체적 위기

정부가 통신시장 개방에 대비, 추진해 온 통신서비스 분야의 경쟁확대 정책이 시장개방을 불과 몇 달 앞두고 크게 흔들리고 있다. 통신업계를 몰아치고 있는 과당경쟁의 부작용으로 경쟁을 통한 체질 강화 및 개방 대비라는 정부의 당초 목표 달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통신서비스 시장에 신규 진입한 사업자들은 출범 초기부터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사업성을 이유로 서비스 포기나 지연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무선통신부문에선 벌써부터 10여개사가 도태될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고 국민들은 너무 많은 서비스가 한꺼번에 등장, 개념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경쟁 체제 도입 만을 서둘러 정확한 시장 예측 없이 엇비슷한 성격의 신규 서비스 허가를 남발, 정책적 혼선을 빚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 없이 수수방관이다.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통신 서비스 경쟁체제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과 PCS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동통신의 경우 수조원이 소요되는 전국망 구축을 둘러싸고 과잉 중복투자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소한 2백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해야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는 PCS 사업자들은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면서도 내년에도 5천억원 이상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 때문인지 2∼3년 내에 휴대폰 1개사, PCS 1개사는 탈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PCS 도입때 1개 사업자만 허용하려던 정부가 뚜렷한 원칙 없이 정치논리에 밀려 3개 사업자로 확대한 대가를 치루고 있는 것이다.

TRS와 무선데이터는 사정이 더 심각한 실정이다. 모두 물류망이라는 틈새시장(니치마켓)을 뚫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지만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뒤떨어진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기지국 설치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무선데이터 부문은 당초 허용한 주파수대역에서 문제가 발생, 「주파수 변경 허가」까지 내준 채 상용 서비스가 6개월 이상 늦어졌다.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유선부문도 여기저기서 문제점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자본금 1조원 계획」을 추진했지만 경기 악화의 여파로 출자 포기 기업이 속출, 절반을 약간 웃도는 6천4백억원대에 그쳤다. 급기야 나머지 지분은 국민주 형태로 공모할 예정이다.

유선부문은 공익성을 앞세운 정부가 개별 기업의 출자 지분을 제한하는 한편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강조, 초반부터 경영권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온세통신과 하나로통신의 주주사 구성을 보고 정부의 방침과는 달리 사실상 특정 기업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특정 기업의 계열 관계사들의 지분을 합치고 「위장 지분」까지 포함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결과가 수익성은 뒷전인 채 우선 사업권을 따내고 보자는 기업들의 자세에도 책임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 정책의 실패 탓이라고 지적한다.

국가 경제 및 대국민 서비스를 겨냥한 통신 서비스의 경쟁체제와 방향성이라는 총론에서는 성공했지만 사업자 수의 조정, 단계적 서비스 허용이라는 시기 선택 등 각론에서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