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전자, 권선기시장 「홀로 아리랑」

국내 트랜스포머용 장비시장의 대부분을 일본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박한 마진에도 불구하고 일본산 장비에 맞서 국내시장을 지켜가고 있는 업체가 있다. 트랜스포머용 자동권선기 전문업체인 석연전자(대표 장석연)가 그 주인공이다.

석연전자는 지난 90년 설립, 수동권선기에서부터 4축 자동권선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개발, 국내 트랜스포머업계에 공급해 오면서 아직 연 매출액이 10억원 안팎에 불과한 영세업체다.

하지만 이 회사는 국내 트랜스포머업체들이 그동안 고가에 구입해온 일산 권선기를 국산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국내 전자산업발전에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보암산업, 혜성전자, 이화전기, 한영전자 등 다른 국내 권선기업체들이 일산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려 이미 수년전에 사업을 대폭 축소, 정리하거나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는데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일산제품과 비교가 되지 않는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국산 권선기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는 것이다.

석연전자는 지난 90년대 초반 다나카, 니토 등 일본업체들이 대당 5백만원에 공급하던 1축 자동권선기를 국산화해 대당 2백만원에 공급하면서 국내시장에서의 권선기 가격을 크게 내렸다. 이어 일본업체들이 1축 자동권선기를 포기하고 2축 자동권선기를 개발, 국내시장에 재차 진입하자 곧바로 2축 자동권선기를 개발해 대당 7백만원에 달하는 일산제품의 3분의1정도에 불과한 2백50만원에 공급하는 등 국내시장에서 일산제품을 몰아내는데 앞장서왔다.

이와같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석연전자는 지난해부터 국내 트랜스포머용 권선기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크게 높여왔다. 특히 올해 들어선 삼성전기, 서울크로바전자, 성문정밀, 두성엔지니어링, 태일정밀 등이 중국 및 멕시코에 설립한 공장에 설치한 권선기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또한 최근엔 대당 8천만원을 호가하는 일산 6축 자동권선기를 대체할 제품으로 4축 자동권선기를 개발, 일산제품의 4분의1도 안되는 가격인 1천5백만원선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석연전자는 이 제품을 일본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에 출품, 이제는 일본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석연전자의 장석연 사장은 『대기업의 경우 아직 가격보다 성능을 우선시하고 있고 국산제품보다 외산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 어려운 점이 많다』고 전제하며 『하지만 석연전자는 「일제(日製)에 맞서 싸우는 독립군」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국내 트랜스포머용 권선기시장을 지켜나가는 데 앞장설 방침』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김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