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화제] 환율폭등 번역서 시장 주춤

환율이 연일 상한선까지 오르고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업체들은 환차익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금의 국내 경제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환율폭등은 정보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각종 부품의 수입가격이 올라가면서 전반적으로 국내기업들의 채산성이 떨어져 가뜩이나 힘든 기업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컴퓨터분야 출판업계도 움츠러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번역서를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도서출판 대림을 비롯, 인포북, 영진출판사 등은 환율폭등으로 외국서적 번역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축소하고 있어 외국 번역서 일변도의 컴퓨터 출판시장이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대개 외국서적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외국에서 출간되기 3, 4개월 전에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데 권당 로열티는 대개 3천∼4천달러 수준이다. 최근들어서는 국내 출판업체의 난립으로 로열티가 점차 올라가는 추세다.

도서출판 대림의 박기덕 실장은 『환율이 달러당 1천원을 넘으면 로열티가 10% 인상되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컴퓨터출판물은 고작 잘 나가야 3천부 전후여서 현재와 같은 환율인상으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면서 『대림도 기존에 계약한 번역서 이외에 추가 검토하고 있는 책들에 대해서는 현재 전면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한다.

컴퓨터 출판시장은 올해들어 초보자 대상 서적이 다소 주춤하는 가운데 전문가용 서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환율폭등은 외국 전문서적의 국내유입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 것으로 보여 신기술을 필요로 하는 전문가들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가 없다.

특히 대부분이 영세한 컴퓨터출판업계 입장에서는 원활한 출간이 이뤄지지 않아 경영악화도 우려돼 출판업계의 재편도 점쳐지고 있다.

박 실장은 『컴퓨터 출판물은 통상 3천부가 베스트셀러에 들어가는 시점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번 환율인상으로 외국 출판사에 주는 로열티도 제대로 건질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시장이 급격히 경색돼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컴퓨터출판업계에서는 환율폭등에 따른 자구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27일 전체 모임을 갖고 외국출판사에 대한 로열티 인하와 저작권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행동통일을 할 계획이다.

또 출판업체 간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상호 정보교류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