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가전제품 세계 각지에서 명성

국산 가전제품이 최근 세계 곳곳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뚜렷히 새기고 있다.

컬러TV 및 오디오, VCR 등 AV제품 뿐 아니라 뿐 아니라 생활문화의 차이로 현지생산업체들이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는 전자레인지, 세탁기, 룸에어컨 등 백색가전분야에서도 이제는 세계 수십여개 나라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국산제품의 성가를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룸에어컨의 경우 14개국, 세탁기 7개국, 컬러TV 9개국 등 모두 40여개국에서 자사의 제품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룸에어컨은 헝가리에서 45%의 시장 점유율로 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에콰도르, 파나마 등 중남미 5개국과 세네갈, 아이보리코스트 등 아프리카 4개국에서도 시장 1위를 휩쓸고 있다. 세탁기는 리비아, 요르단, 코스타리카, 튀니지, 파키스탄 등에서 각각 17∼85%의 점유율로 1위자리를 차지했으며 컬러TV는 이집트 등 모두 9개 나라에서 시장 선두자리를 굳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자레인지, 컬러TV, 컬러모니터 등 세 품목이 20여개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레인지는 칠레 등 6개국, 컬러TV는 페루 등 미주 3개국과 루마니아 등 중유럽 7개국, 베트남 등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컬러 모니터는 헝가리 등 7개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이며 싱가포르의 냉장고시장, 레바논의 에어컨시장, 남아공화국의 VCR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자사 제품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나라가 지난해 20개국에서 올해 30여개국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컬러TV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무려 8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파키스탄, 미얀마, 스웨덴, 루마니아 등 8개국에서도 선두다. VCR는 우즈베키스탄, 브라질, 영국, 이탈리아에서, 전자레인지는 체코, 폴란드, 프랑스, 스위스 등 6개 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 특히 최근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냉장고는 미얀마 등 8개 나라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으며 세탁기는 루마니아 등 4개국, 청소기와 카오디오는 각각 파키스탄과 폴란드, 아르헨티나에서 1위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국산 가전제품이 세계 각지에서 일본 및 현지생산업체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가전3사 관계자들은 그동안 선진업체들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시장을 선점한 결과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또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서 현지 실정에 맞는 제품을 적극 개발한 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록 특정 품목에 국한돼 있지만 특정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 1위는 다른 품목의 시장을 확대할 수 있고 인접 국가에 진출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국내 가전업체들이 시장 1위를 차지한 나라가 대체로 시장 규모가 작은 특정 국가에 치우쳐 있으며 점유율 1위와 수익성 1위가 별개라는 점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최근 일부 나라에서 국내 업체들끼리 시장점유율을 놓고 과당 경쟁을 벌이는 조짐마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어 최근들어 수출이 크게 늘고 있는 국산가전제품의 수출발목을 잡는 덫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표출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가전업체간 서로 공조체제를 갖춰 경쟁국 제품의 진입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소모적인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질 때 「시장점유율 1위」가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는게 가전 수출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