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추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SW)특허에 대해 SW업계 및 관계전문가들이 반발하는 것은 SW의 특허보호가 이제 겨우 싹을 틔운 국내 관련산업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한다.
이같은 지적은 지금처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으로 SW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방법과 특허로 보호하는 방법의 차이를 살펴보면 금방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은 개발된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고, 특허는 기술의 아이디어 자체를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보호법에서는 아이디어가 비록 같다고 해도 복제 등 직접 모방을 제외한 다양한 창작활동을 허용하는 데 비해 특허보호는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일절 금지된다.따라서 관계자들은 『SW개발의 아이디어를 외국에서 상당부분 얻고 있는 국내업계의 현실로 볼 때 SW특허 보호가 국내 SW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또다른 문제는 SW특허 보호가 세계적인 추세와도 어긋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역관련 세계 지적재산권 협정을 비롯한 국제조약은 물론 유럽 등 세계 각국이 SW 지적재산권을 저작권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아무런 득이 없는데도 우리나라가 앞장서 SW를 특허로 보호할 필요가 없으며, 필요하다면 기존 프로그램보호법의 내용을 일부 보강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신각철 프로그램심의조정위 연구위원은 『그동안 미국만이 SW특허를 인정해왔고 일본이 올해 처음으로 이를 인정하기로 했으나 일본내에서도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거세지는 추세』라고 말하고 있다.
SW특허를 인정하는 제도마련 절차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S사의 J사장은 『특허청이 추진하는 내용을 보면 사실상 입법과 같은 형태』라고 전제하고 『이렇게 중요한 변화를 심사기준 개정만으로 간단히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정상조 서울대 교수도 『심사기준 개정에 의한 SW특허 보호는 특허법으로 보호될 수 없는 컴퓨터 관련 발명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장한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SW특허 보호국가가 거의 없다는 지적에 대해 『명문상 SW의 특허보호를 규정한 나라는 한군데도 없으나 실질적으로 특허로 보호하는 국가는 미국 등 20여개국에 이르고 있으며, 실무적으로 SW를 특허로 신청하면 모두 보호받는 추세』라고 주장한다.
또 기존 프로그램보호법과의 법적 상충문제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특허청의 주장이다. 즉 SW개발자들이 프로그램보호법이나 특허로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보호받기를 원하는 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허청은 그러나 법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다소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특허보호를 강화해 나간다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고 전제한 후 『다만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시행시기는 경제상황이 어려운 점 등을 감안, 국내업체들의 여론을 수렴해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허청은 이같은 입장을 토대로 25일부터 전자대기업, 한국IBM,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간담회를 갖는 등 SW관련업계 및 전문가들의 여론수렴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