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평] 춤바왐바 「Tubthumping」

괴상한 이름을 가진 한 밴드의 노래가 대단한 기세로 영, 미의 라디오와 MTV공간을 누비고 다닌다. 바로 춤바왐바의 「Tubthumping」이다.

춤바왐바의 부상은 팝음악의 잠재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생소하게 느껴지고 있는 춤바왐바는 결성된지 이미 15년이 지난 고참 밴드이기 때문이다. 그토록 오랜 세월을 알려지지 않은 채 지내온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그러나 분명 이유는 있다. 춤바왐바는 대내외적으로 공인받은 「무정부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음악을 사용했고,정부 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논란거리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과격함을 보인 까닭에 영국내에서도 골치거리로 인식되어 왔다. 70년대의 펑크가 비슷한 경향으로 시작됐지만 치기어리고 성숙한 철학이 없는 펑크의 시조인 섹스 피스톨즈에 비할 때 춤바왐바는 좀더 폭넓은 주제와 음악성으로 의사표시를 한다.

남녀혼성 8인조라는 보기드문 형태의 멤버구성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리더가 없는 점도 특이하다. 이는 남녀평등까지 포괄하는 자신들의 메시지에 충실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을 「무명」상태에서 건져준 앨범 「Tubthumper」는 제목 그대로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먼저 첫 싱글인 「Tubthumping」은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대약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만만치 않은 기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운동권 가요」처럼 예술적 결격사유를 지니고 있기는 커녕 설명없이 듣는다면 이 노래는 오히려 「건전가요」에 해당한다. 세상일이 힘들고 외로워도 저녁 때 선술집에서 마시는 술 한 잔에 다시 한 번 삶의 보람을 찾게 된다는 내용으로 공장노동자들을 위한 노래라고 전해진다.

춤바왐바의 멤버들은 모두 영국의 공업도시 리즈에서 태어나고 자란데다 지금도 그 곳에서 살고 있다. 그런 만큼 주변환경이 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법한데 이 노래를 통해 고향에 헌사한 셈이다.

영국음악의 대명사로 불리는 브릿팝의 신선한 사운드를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도 테크노,펑크,가스펠 등 각종 장르를 망라하는데다 세련된 기교로 메시지를 적당히 숨긴 가사 등으로 인해 춤바왐바는 대단히 주목받고 있다. 스타의 자리에 올라 기존의 음악성이 매몰될지, 또는 마모되지 않는 철학성을 간직한 채 음악계 주류에 머무를지 지켜볼 일이다.

<박미아·팝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