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짧아지는 "홀드 백"

VCR의 보급 확대,CD롬, 비디오CD 등 각종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게임의 고도화 등에 힘입어 영화나 애니메이션들은 한번 상영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멀티미디어산업의 기간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히트한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다시 비디오나 비디오CD 등으로 보급되거나 학습물, 게임 등에 이르기 가지 철저하게 활용된다. 「우려먹기」의 고전은 극장에서 개봉된 작품을 비디오로 출시하는 것인데 영화상영 또는 이의 판매로 거둬들이는 수익보다 비디오에서 거둬들이는 수입이 훨씬 많은 경우도 적지 않다. 작품성이 다소 떨어지는 「비인기작」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그러나 만일 영화로 상영되는 동안 이 영화를 담은 비디오가 출시될 경우 관객은 격감할 수밖에 없고 자연히 극장수입은 줄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업계는 그동안 극장개봉일과 비디오로의 출시일 사이에 유통 관례상 판권보호기간 즉, 「홀드백(holdback)」을 두어왔다. 평균 6개월, 최소 3개월의 기간을 둠으로써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비디오테이프로 출시될 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울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같은 홀드백 기간이 「흥행 실패작」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극장개봉 후 1주일도 못채우고 거의 동시에 프로테이프로 출시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 심지어는 「극장개봉작」의 비디오 판권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점을 노려 어거지로 극장에서 개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관객이 거의 없고 매번 다른 영화들을 개봉하는 영화관들의 상당수는 대부분 이런 목적에 활용되는 셈이다. 이들 영화관은 거의 판권업체들로부터의 지원비로 운영된다.

이같은 편법이 성행하는 것은 영상 관련회사들이 영화에 대한 모든 판권을 보유하는 추세로 인해 심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경기가 극도로 좋지 않기 때문에 극장흥행에 실패한 영화들의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 보전하기 위함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관객을 기대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잠깐 상영하는 영화 아닌 영화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