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장해 시험업계 이중고]

중소 전자파장해(EMI) 전문 시험업체들이 최근 거래처인 전자, 컴퓨터업체들의 잇따른 부도와 지정시험기관의 난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H전자, S전자, J사, T정밀, 또다른 H전자로 이어지는 최근 일련의 중견 전자 및 컴퓨터업체들의 잇따른 부도와 좌초. 대부분 어음 결제로 이루어지는 EMI시험시장의 특성상 해당 거래업체의 경영난이 EMI시험업계에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는 것.

특히 EMI시험업체들은 영세업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다가 전체 비용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또 현실적으로 부도업체의 여러 채권기관이나 업체에 비해 부도금액이 적어 사후대책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부도에 대비해 거래업체를 선별적으로 택할 여지도 부족하다. LG, 삼성, 현대, 대우, 삼보 등 대기업들은 자사의 EMC(전자파적합성)랩이 지정시험기관으로 선정돼 자체 커버하고 있는데다 전문업체들도 최근들어 난립, 물량확보 경쟁이 날로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EMI적합등록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전파연구소 지정 사설 전문업체는 올해 K사와 E사가 새로 참여해 14곳으로 늘어났다. 물론 이중 일부업체들은 국내 EMI적합등록 이외에 유럽연합(EU)의 CE마킹, 미국의 FCC나 UL등 안전규격 등 해외규격인증분야에 주력하고 있지만 지정기관이 너무 난립돼 있다는 점은 부인키 어렵다.

다만 지난 7월부터 EMI적합등록의 대상기기 선정기준이 기존 나열식에서 포괄식으로 변경돼 기존에 해당품목이 아니었던 제품들도 대상기기에 포함돼 전체적인 수요는 다소 늘어난 것이 사실. 그러나 경기 한파와 IMF자금지원 등을 감안할 때 기업들의 신규 사업진출과 신제품 개발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수요 추이도 상당히 비관적이다.

업계는 이에따라 수출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 규격인증 대행업무 쪽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이를 위해선 전자파내성(EMS) 등 막대한 시설투자를 필연적으로 수반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이같은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91년부터 형성된 국내 EMI시험시장에도 구조개편의 조짐이 강하게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화 움직임. 이미 한국EMC를 필두로 관련 4회사가 연합한 KESI가 지난 1일 출범한 것을 시작으로 재력가를 등에 업은 EMI시험업체들의 대형화가 최근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또 하나는 풍부한 EMC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한 신흥 전문가집단의 상승세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초창기 국내 EMI시험시장은 비전문가들이 창업한 업체가 주도해왔으나 최근엔 제조업체나 EMI시험업체의 실무가들의 창업으로 이같은 시장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자산업 구조조정과 경기한파로 한정된 국내 시험시장만 보고 사업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전제하며 『하이테크 서비스업종인 EMC시험업체들도 이제는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