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32);새롬기술

「팩스맨」 「보이스맨」 「새롬 데이터맨 프로」 「텔레맨」

웬만한 PC 사용자라면 이같은 제품명의 통신용 소프트웨어를 한번쯤 사용해 봤을 것이다. 바로 「새롬기술」이 만들어낸 히트작들이다. 새롬기술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통신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PC통신시장에서 지난 4년간 부동의 지위를 누려온 벤처기업이다.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에서 함께 공부했던 4명의 젊은이가 모여 조그만 오피스텔에 새롬기술이란 간판을 내걸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93년 7월. 과기원 석사과정 졸업 후 회사원 생활을 하던 2명의 젊은이와 학교에 남아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또다른 2명의 젊은이는 그저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이 왠지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한 것은 새롬기술 출범 이전부터 준비해온 팩스맨 개발을 완료하는 것. 모뎀이 범용화하기 전이었지만 이들은 앞으로 PC에 모뎀이 기본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모뎀을 이용해 팩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년여의 개발을 거쳐 93년 12월 베타버전의 개발을 완료하고 다음해 1월 본격적으로 출시하게 된다.

국내 최초의 윈도용 팩스프로그램으로 개발된 이 팩스맨은 간단한 마우스 조작만으로 PC에서 팩스를 송수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모았고, 대형 PC 제조업체에서 번들로 잇따라 채용하면서 베스트셀러 소프트웨어로 자리잡는다. 결국 팩스맨은 현재의 새롬기술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자 뒤이어 나온 보이스맨, 데이터맨 등 연이은 제품의 모태가 된다.

새롬기술의 창업멤버이자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오상수 사장은 『팩스맨은 우리의 규모에 맞는 최적의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PC에 모뎀이 설치될 것이라는 전망도 결국은 들어맞았다』라며 『고생길로 들어서느냐 아니면 기회를 잡느냐 하는 기로에서 이른바 빅히트를 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에 기술력이 어우러지면서 팩스맨은 한글과컴퓨터의 「글」, 큰사람의 「이야기」에 이어 이른바 성공한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대명사로 자리잡았고 새롬기술은 대표적인 벤처기업의 하나로 부상하게 됐다.

94년 6월 새롬기술은 두번째 제품인 보이스맨의 개발을 완료한다. 이 제품은 일반 전화의 자동응답기 기능을 PC에 옮겨놓은 것으로 이후 새롬기술은 일반 통신기기를 소프트웨어로 제작해 PC에 구현하는 일련의 제품들을 개발하게 된다.

94년 8월 주식회사로 거듭난 새롬기술은 같은해 12월 「뮤직맨」의 개발을 완료하게 되고 그 해 총 4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설립 2년째를 맞는 95년 들어 새롬기술은 팩스맨을 통해 지속적인 매출상승을 기록하게 되고 여기에 하드웨어사업에까지 손을 뻗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통신용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새롬기술이 모뎀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새롬기술은 「새롬 팩스맨 144」 「새롬 보이스맨 144」 「새롬 인터넷 프로 144」 등 모뎀을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새롬기술은 95년 총매출 20억원을 올리고 직원수도 27명으로 늘어났다. 10명의 직원이 4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전년에 비해 급성장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오상수 사장은 이와관련, 『팩스맨이 거의 모든 PC에 공급되면서 사실 행복의 정점에 있었다』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다가 한계에 이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하나의 성공작 이후 그만한 후속작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중압감도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에 만족하기에는 새롬기술의 설립정신이 허락하지 않았다. 새롬기술은 95년 중반부터 리스트럭처링(기업재조직)에 들어간다. 오상수 사장은 이 때를 제2의 창업시기라고 말한다.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했고 사업다각화를 위한 준비를 해나간다. 그리고 해외시장에도 눈을 돌렸다.

96년 1월 오상수 사장은 미국으로 날아갔다. 아파트 하나 얻어 사무실로 쓰면서 미국시장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7월에 지사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미국시장 진출의 돛을 올린다. 오상수 사장은 이에 대해 『외국애들은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이 있냐』 하는 오기로 미국에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젊음의 패기가 벤처의 한 정신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와함께 오 사장은 대대적인 제품다각화에 나섰다. 소프트웨어분야에서는 텔레맨 시리즈와 함께 PC통신용 에뮬레이터인 「데이터맨 프로」를 선보였고 하드웨어로는 「새롬 인터넷 프로 144 CMCIA」를 시작으로 「새롬 인터넷 프로 288」 「새롬 팩스맨 336」 「새롬 프리맨 336」 「새롬 비비텔 336 SVD」 등 모뎀장비들을 연이어 선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새로운 사업분야로 새롬기술은 컴퓨터통신통합(CTI)사업에 눈길을 돌려 「새롬 팩스서버 1.0」을 선보이는 등 제품다각화에 박차를 가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새롬기술은 96년 역시 전년 대비 1백50%의 성장을 이뤘다.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시작한 여러 가지 노력들이 달콤한 결실로 다가온 것이다. 직원 수는 65명으로 늘어났고 매출은 50억원을 기록했다.

97년 들어 새롬기술의 성장세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새롬 데이터맨 프로는 그동안 국내 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큰사람의 이야기를 강력히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고, 새로운 중점분야로 선정한 영상통신분야의 텔레맨 시리즈가 업계의 시선을 모으며 이 분야의 강자로 부상하게 했다.

텔레맨은 차세대 통신수단이 될 영상통신 및 전자칠판기능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로 일반전화선을 이용해 먼거리에 있는 상대와 마주보면서 대화하고 필요한 자료는 전자칠판을 이용해 그림, 도표 등으로 설명해가며 통화가 가능한 첨단 통신 소프트웨어다.

새롬기술은 이 제품을 주력으로 삼고 다시 한번 팩스맨의 신화를 창조한다는 각오다. 97년 한 해 새롬기술은 총 직원수 1백명, 예상매출액 1백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상범 기자>

[인터뷰]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

새롬기술의 오상수 사장(32)은 회사설립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을때 마다 곤혹스럽다며 자신들의 시작을 뭔가 거창한 벤처정신과 연결시키려는 주위의 의식에 오히려 부담스러워 했다.

『굳이 오늘의 새롬기술이 있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면 욕심부리지 않고 우리 능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 꾸준히 한 분야에서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오 사장의 설명 뒤에는 새롬기술의 오늘이 있게 한 비결이 숨어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자신있는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는 것」이 바로 성공의 비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롬기술은 93년 7월 설립돼 4년여 만에 매출 1백20억원, 종업원 1백명의 중견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설립 이후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며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이다.

이에 대해 오 사장은 『그동안 아무 어려움 없이 성장해 왔다고 생각들 하지만 나름대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기대를 했던 제품의 개발에 실패한 경우도 있고. 사실 늘 어려움 속에서 지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며 그때마다 그저 조급하지 않고 참아왔던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롬기술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기업문화에 대해 오 사장은 『아직 4년여밖에 안된 회사라 특별한 기업문화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라며 『새롬이 추구하는 것은 상품개척에서 판매까지 전 과정을 인간존중의 정신으로 무장한 기술집단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미국의 휴렛패커드(HP)를 우리의 표본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오 사장은 『최근 전 직원이 워크숍을 갔다왔는데 새롬을 사랑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며 『이러한 점이 기술부서나 관리부서의 융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강점이라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새롬기술은 새로운 인력충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 사장은 『새로운 사람을 뽑는데 우리만의 특별한 선별기준은 없습니다.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우선은 그 사람의 각오를 본다』고 말했다. 능력있는 외과보다 조직원으로서 융화와 벤처기업의 일꾼으로서 각오가 돼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인력충원과 함께 새롬은 이제 세계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올 컴덱스 전시회에도 2년째 참가했다. 이와함께 통신소프트웨어 전문 전시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해 새롬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본격화할 생각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특히 벤처기업에서는 우수한 인력들이 지속적으로 연구와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마련이 절대 필요합니다』고 말하는 오 사장은 『이러한 점에서 정보통신 관련 벤처기업에 대한 병역특례업체 지정에 대해 좀 더 과감한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소프트웨어는 일반 제조업과는 다릅니다. 투자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때가지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 합니다.』 일반 창투사의 경우 투자와 함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벤처기업들의 생명이 짧아진다며 그는 아쉬워했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