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현대, 대우그룹 등 재계가 일제히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26일 사장단회의를 갖고 경기불황과 국가적 경제위기의 타파를 위해 사업구조조정 및 신규투자규모 30% 축소, 해외사업 대폭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한 경영체질 혁신방안을 마련,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LG그룹도 최근 그룹 계열사 자금담당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내년투자를 당초보다 23% 축소한 6조5천억원으로 줄이고 모든 경영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며 차입금을 올해 수준으로 전면 동결하기로 했다.
현대, 대우그룹은 불요불급한 해외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물론 내핍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는 현재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연말 주요 계열사의 임원 일부를 퇴진시킬 계획이며 LG도 구조조정의 가속화를 위해 90개 품목의 한계사업을 단계적으로 정리하되 당초 3년 이내에 40개 사업에서 철수키로 한 1단계 사업을 앞당겨 추진할 방침이다. 세계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대우도 한국의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인한 한국기업에 대한 외국의 투자규제에 대비해 해외투자규모를 재검토하는 한편 해외 신규법인 설립일정도 조정할 계획이다.
국내 굴지의 그룹인 삼성이 창사 이래 최대의 조직축소와 대규모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하는 등 주요 그룹들이 사상 유례없는 비상체제에 돌입하고 있는 것은 그룹들도 강도 높은 자구책 없이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앞으로 상당기간 모든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그룹 계열사는 현재 그룹 경영방침에 맞게 사업구조를 재조정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해나가고 있다. 특히 그룹의 구조조정 방안이 연말 임원인사를 계기로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이에 따른 대책수립을 하고 있다.
비상경영체제를 가장 먼저 선언한 삼성은 우선 올해 35개 품목 7천10억원 규모의 사업을 정리한 데 이어 내년에는 34개 품목 1조3천억원 규모의 사업을 철수, 매각, 중소협력업체에 이관하는 방법으로 사업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그룹의 투자 우선순위 및 일정을 전면 재조정해 98년도 총투자규모를 올해 수준보다 30% 하향조정, 6조원선에서 운영키로 했으며 향후 성장잠재력이 큰 중국과 독립국가연합(CIS), 동구, 중남미시장 공략을 강화해 그룹의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긴축경영을 위해 임원의 급여를 10% 삭감하고 경비와 에너지 절약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조직을 30% 축소하는 등 인력 및 조직구조를 혁신해 생산효율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이같은 삼성그룹의 비상경영체제 돌입은 위기국면에 직면하고 있는 현재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고 지난 93년부터 추진해온 한계사업 정리 및 사업구조조정을 한층 강도높게 추진해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노력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IMF의 긴급자금지원으로 경제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반도체 부문의 수입감소와 자동차사업의 대규모 자금수요가 이어지는 등 그룹내부의 경영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삼성도 특단의 자구계획 없이는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