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폐막된 「추계컴덱스97」은 세계 최대의 컴퓨터박람회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적 개념이나 획기적인 신제품의 등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소프트웨어산업의 정체라기보다는 이미 등장한 개념이나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솔루션위주의 제품이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타당할 것이다.
지난해 소프트웨어 환경은 자바의 폭풍,전자상거래의 등장,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웹브라우저 시장진출등으로 집약됐던 것에 비해 97년은 자바나 전자상거래를 위한 솔루션의 경쟁적 출시,마이크로소프트의 웹브라우저 시장돌풍등 전체적인 산업의 흐름이 기존 인프라를 바탕으로한 솔루션경쟁에 들어섰음을 이번 컴덱스는 보여주었다.
따라서 추계 컴덱스97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고기능 솔루션전시회」라는 평가가 어울릴듯하다.출품된 소프트웨어 중 가장 많은 분야가 인터넷 기반의 제품이었으며 개발툴,액티브X컨트롤,전자상거래 솔루션,전자우편과 메시징 제품,인트라넷,방화벽,인터넷폰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컴덱스에서는 인터넷이 기업용솔루션으로 기업성장의 관건이 되고 있음을 드러냈다.IBM,노벨,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대기업들이 하나같이 들고 나온제품들이인트라넷 솔루션과 함께 인터넷기반의 전자상거래 분야 솔루션이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했다.
또 웹브라우저시장의 경쟁을 발판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넷스케이프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SOHO시장에서 솔루션선점 경쟁에 본격 돌입했고,중소 벤처기업들도 인터넷폰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이번 컴덱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집안잔치」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는 전시회 참가자 대부분의 중요한 관심거리였고 이에 응답하듯 마이크로소프트는 최대규모의전시부스를 마련했으며 3백여 협력업체를 거느리고 위용을 자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빌컴퓨팅 환경을 주도한다는 야심아래 윈도CE 2.0의 대대적인 홍보에들어갔고 이에 발맞춰 핸드헬드(H)PC 제조업체들도 대거 윈도CE2.0을 장착한 제품들을대거 선보이면서 무게를 실어줬다.또 윈도CE 시장을 겨냥한 임베디드(내장형) 프로세서,통신 솔루션,소프크웨어툴 등도 대거 선보여 윈도CE의 미래를 밝게 해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CE 2.0과 함께 윈도98의 베타버전을 내놓아 각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체 운영체계를 윈도CE2.0과 윈도NT로 양분한다는 전략에 따라 윈도9X 시리즈의 마지막 버전이 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눈에 띈 소프트웨어는 DVD시대의 도래를 맞아 MPEG2 디코더를 소프트웨어로구현한 제품들이다.이스라엘의 조란,미국의 내셔널세미컨닥터등 일부 업체들이 선보인 이 제품은 DVD 시대의 도래를 맞이해 일반 MPEG 보드없이 소프트웨어로 이를 구현해 준다는점때문에 많은 하드웨어 업체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 분야에서는 국내업체인 바로비전이 제품을 선보여 관심을 끌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전시회는 전반적으로 소프트웨어분야에서 주목받는 제품이 적었지만 향후 솔루션 경쟁시대의 도래를 예측하게 해준 전시회였다고 평가할만 하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