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경제학자인 슘페터는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원동력은 이노베이션, 즉 기술혁신이라고 일찍부터 주창했다. 기술만이 국가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한 슘페터의 주장을 반증이라도 하듯 오늘날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기술집약형 기업의 영향력은 엄청나게 커졌다.
최근 국내에서도 침체에 빠진 우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유력한 수단으로 벤처기업이 각광받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높은 수익을 창출해 내는 벤처기업이 고비용 저효율로 상징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우리 정부도 이같은 시대적인 요청에 따라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금융과 인력수급 및 입지공급의 원활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기술 지식집약형 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대권주자들도 뒤질세라 벤처기업 육성을 주요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이 말만으로 육성되는 것은 아니다. 벤처기업이 가장 발달된 미국의 경우 세계 각국에서 우수한 인력이 몰리고 나스닥이라는 장외 주식시장이 잘 발달돼 있어 투자자금 조달이 쉽고 실리콘밸리와 같은 단지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돼 있다.
이에 비해 우리와 이웃 일본은 폐쇄적인 사회로서 기술인력의 취업이 쉽지 않으며 간접금융 중심의 구조여서 자금조달이 어렵다. 또한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고 각종 규제가 많아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벤처기업 육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칫 과거 중소기업 육성책처럼 구호에 그치기 쉽다.
벤처기업이란 말 그대로 모험정신과 기업가 정신이 밑천이다. 따라서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순간부터 벤처기업의 순수성은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벤처기업을 인위적으로 육성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될 수 있게 지켜보면서 성장의 걸림돌만 치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