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계의 「초긴축 경영전략」

재계가 초긴축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삼성그룹이 한계사업 포기, 조직축소, 내년투자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비상경영체제 혁신방안을 발표한 것은 국가적 경제위기를 맞아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생존을 위한 경영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국가경제의 위급상황을 실감케 하고 있다.

삼성외에 LG, 현대, 대우, 선경, 한화, 아남 등도 내년 예산 동결, 인력 감축, 경비 절감, 한계사업 정리, 신규투자 축소 등 다각적인 내용의 초긴축 비상경영체제를 마련했거나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어 국내경제의 절박한 위기의식에 대한 공감이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면서 그 파장 또한 심각할 전망이다.

국내 유수의 삼성그룹은 이번 조치에서 『현재 직면해 있는 국가적 경제위기를 건국 이래 최대의 난국으로 규정』하고 『특단의 구조개혁과 체질개선 없이는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현실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이른바 경제공황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게 하면서 정부, 기업, 국민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다같이 국가적 위기상황의 슬기로운 극복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재계는 이번 기회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고 만난을 극복해야 한다. 따라서 한계기업의 과감한 정리와 함께 그동안 관행화해 온 문어발식 확장경영이나 매출확대 위주의 경영, 무정견한 과잉투자 등에 대한 심각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기업구조의 혁신적인 개혁을 이번 기회에 이룩하지 못하면 국가경제 회생은 한낱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이같은 초긴축 경영이 가져올 부작용 또한 매우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환율폭등, 금리폭증, 주가폭락 등 최악의 상태에서 금융권의 지각변동과 함께 초래될 대기업들의 파격적인 구조조정은 지금까지 쌓아올린 기업의 대외신인도를 저하시키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등 충격이 크다는 점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대량 실직사태와 계열업체 또는 협력업체에 대한 연쇄적인 부도사태 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난제다.

더욱이 이들 대기업들은 거의가 전자, 정보통신 관련업체를 주력기업으로 삼고 있어 대기업들의 초긴축 경영이 자칫 전자, 정보통신 관련산업에의 투자위축과 함께 계열업체 또는 협력업체의 연쇄적인 도산 등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되는 것이다.

재계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 조직축소는 세분화한 조직을 대사업부로 통폐합한다는 뜻으로 감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며 임금삭감, 경비절감 등의 방법으로 비용을 최대한 줄이되 감원은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신규투자의 전면중지도 반도체 등 전자, 정보통신 부문은 예외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심각한 자금난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전개를 감안할 때 전자, 정보통신 산업에의 투자위축이나 이로 인한 경기침체 현상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재계의 핵심축인 반도체 사업의 계속적인 침체도 자칫 투자위축을 초래할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전자, 정보통신 부문의 투자강화는 오히려 경영합리화의 지름길이라는 점을 깊이 의식하고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당면해 있는 국가경제난 타개책은 오직 수출확대뿐이며 그것은 경쟁력 있는 전자, 정보통신 부문의 수출확대를 통해 이룩해야 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대기업들이 혁신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파장을 최소화하고 구조조정을 이른 시일내에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건의하고 있는 대통령의 긴급명령 발동 등의 제반 정책결정을 정치적인 입장에서 해결하려는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다같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금년 말 이후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나 대량실업 사태가 크게 우려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책임의식을 공감하는 자세가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국가경제의 빠른 회복을 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산업인 전자, 정보통신산업의 수출확대와 경쟁력 강화대책 마련에 진지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다 함께 난국극복에 동참하는 자세로 허세와 거품을 몰아내는 의식의 일대 전환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