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폭스가 애니메이션 왕국 월트디즈니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20세기폭스사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장편 애니메이션 「아나스타샤」로 디즈니에 도전장을 던졌다. 「아나스타샤」는 사라진 러시아의 마지막 황녀 이야기를 소재로 해 모험과 액션, 코믹 요소까지 가미한 로맨스물.
폭스의 선전포고에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의 영원한 고전 「인어공주」 재개봉이라는 맞불작전으로 나섰다. 「인어공주」는 지난 89년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가져왔던 명가 디즈니의 가보 같은 작품이다.
디즈니의 텃밭이었던 극장용 장편 만화영화 시장에 과연 폭스가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결전의 시간을 앞두고 두 작품의 흥행대결에 세계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서 오는 21일, 국내에서는 20일 개봉될 「아나스타샤」는 폭스가 지난 3년 동안 심혈을 기울인 작품. TV애니메이션쪽에만 주력해왔던 폭스는 94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9백억원을 투입해 7만㎡ 터에 최첨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건립하고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자 돈 블루스와 게리 골드먼을 영입해 폭스 애니메이션 제1호로 「아나스타샤」를 선택했다. 17년 볼셰비키 시민혁명으로 로마노프 왕조가 붕괴되고 제정 러시아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2세의 딸 아나스타샤는 실종된 후 아직까지 생존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세기의 미스터리를 소재로 픽션을 가미한 작품이 바로 애니메이션 「아나스타샤」다.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을 잊은 채 고아원에서 성장한 아냐는 18세가 되던 어느날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길을 나선다. 이때 파리에 살고 있던 아나스타샤의 할머니 마리는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손녀를 찾는다.
왕궁의 하인이었던 드미트리는 우연히 만난 아냐를 공주로 만들어 돈을 벌 생각으로 파리로 데려가고, 왕실법도와 왕가의 역사를 가르치던중 아냐가 진짜 공주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결국 영화는 아냐와 할머니의 만남, 그리고 두 남녀의 사랑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아나스타샤 목소리는 로맨틱 코미디계의 여왕 멕 라이언, 상대역은 「콘 에어」에서 연방수사관역으로 등장했던 존 쿠작, 할머니는 「제시카 추리극장」으로 알려진 안젤라 랜스버리가 맡는 등 출연진도 초호화 캐스팅이다.
한편 「인어공주」는 극장용 장편 영화를 매 8년마다 재개봉하는 디즈니의 전통에 따라 다시 선보이게 되는 작품으로 아나스타샤 개봉 직전에 막을 올림으로써 「김빼기 작전」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에서 14일, 한국에서는 13일로 아나스타샤 개봉 1주일 전에 미리 극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세운 것.
인어공주는 「알라딘」 「헤라클레스」 등을 제작한 존 머스커와 론 클레멘츠가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작사가 하워드 애시만과 작곡가 앨런 멘켈이 만든 「언더 더 시(Under the sea)」 등 주옥같은 주제곡들로 세계의 어린이들을 매료시켰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일 「인어공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털 영상 및 오리지널 사운드 작업을 다시해 더욱 깊이 있는 화면과 생생한 소리를 살려낸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더 록」을 시작으로 올 여름 「콘 에어」 「페이스 오프」 등 액션대작에 주력하면서 상대적으로 「포카혼타스」 「헤라클레스」 등 애니메이션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던 월트디즈니는 이번에 자존심을 걸고 「인어공주」를 흥행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두 작품의 관객동원 성적은 워너브러더스, 바이어컴, 드림웍스 등 주요 영화사들의 애니메이션 제작경쟁 양상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