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이정국 감독의 「편지」

이제 한국영화는 당분간 멜로라는 장르로 흥행과 접속하려 할 것이다. 「편지」는 그 확실한 보증수표가 되어준 셈이다. 이 영화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수많은 영화적 단점이 있지만 단 하나의 장점으로 관객을 울리고 흥행에 성공했다. 바로 라스트의 감동이다. 영화 만들기의 불문율인 이 하나의 장점에 충실함으로써 이정국 감독은 영화 전체적인 완성도에 충실하지 못했던 그의 잘못을 용서받았다.

모 여성지의 수기를 바탕으로 픽션이 가미돼 만들어진 이 영화는 철저하게 포장된 기획상품이다. 저예산이라는 명제와 흥행이라는 숙제를 모두 풀어줘 제작사로서는 만족스러운 효자영화인 셈. 그러나 감독의 입장에서는 네번째 작품만에 「흥행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실패작에 더 가깝다.

주인공은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는 정인(최진실 분)과 수목원의 임업연구원 환유(박신양 분). 수목원 관사에서 시작되는 동화 같은 신혼생활. 어느날 환유가 악성 뇌종양임이 밝혀지면서 둘의 사랑에도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환유가 죽고, 그의 뼛가루를 수목원에 뿌리고 돌아온 정인은 식음을 전폐하며 절망에 휩싸인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남편에게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환유는 자신이 죽고 난 후의 정인을 위로하기 위해 아내가 생일선물로 받고 싶어했던 편지를 병상에서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발신인을 추적하던 정인은 그 편지가 기차역장에게 맡겨진 것이었음을 알게 되고 그에게서 마지막 편지를 건네받는다. 편지를 쓸 기력조차 없어 비디오카메라로 촬영된 마지막 편지. 정인은 환유의 편지로 인해 기력을 회복하고 다시 삶의 의욕을 되찾는다.

「접속」이 일본영화 「하루」의 표절이라는 의혹이 일더니 「편지」가 개봉되자 이와이 지 감독의 「러브레터」와 비교되면서 표절 의혹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두 작품 모두 「죽은 사람에게서 오는 편지」를 소재로 했다는 데 있다. 아쉽게도 최근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한국영화 두 편이 일본영화의 표절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접속」이 「하루」와 다르듯 「편지」도 「러브레터」와 다르다. 두 작품 모두 일단 표절이라는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혼성 모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일본 작품들이 어느덧 우리영화를 만드는 데 하나의 텍스트가 되고 있다는 느낌만은 부인할 수 없다.

<엄용주·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