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유통업계 여성파워 시대 (27);컴퓨터21 조희진씨

『회사에서 가장 튀면서 업무능력도 뛰어난 여자.』

컴퓨터 양판점인 컴퓨터21 녹번점에서 컴퓨터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조희진씨(24)는 입사한 지 1년 3개월된 새내기 사원. 하지만 업무능력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하다.

녹번점 컴퓨터 영업 담당자는 팀장을 포함해 4명이지만 그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자랑하는 파워우먼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한달 동안 판매하는 컴퓨터 대수는 최소 1백여대로 여기에 주변기기를 포함한다면 2억원이 훨씬 넘는 금액이다. 비결은 유창한 말솜씨와 고객에게 신뢰감을 안겨주는 친절한 설명이다.

이를 위해 카탈로그에 표시된 제품 사양을 통째로 암기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또 선배사원들이 고객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을 듣고 좋은 응대법을 수집,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고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친근하고 상냥하게, 짧은 시간 동안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그의 영업전략이다.

회사에서의 목표는 컴퓨터21 최초의 여성 팀장이 되는 것. 이 때문에 항상 그는 「팀장을 시켜주지 않으면 시집을 가지 않겠다」는 반협박성(?) 발언을 마다 않는다.

전국 29개 매장에서 여성 영업사원은 서너명에 불과한데다 조희진씨가 가장 능력이 뛰어난 고참이기 때문에 이제는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눈치다.

작고 귀여운 아가씨지만 회사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올 1월에 전 사원이 한자리에 모여 실시한 전진대회에서 그는 녹번점 대표로 장기자랑에 나섰다. 그때 사흘 동안 전문가에게 사사를 받은 한국 고전무용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하루 아침에 유명해졌다.

『입사 당시에는 관리직을 지원했지만 컴퓨터 영업직을 발령받았어요. 영업에 자신도 없고 집에서 부모님이 강력히 반대해 입사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막상 업무를 시작하니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의 적극성에 「여자 사원이 영업을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회사측의 우려도 말끔히 사라졌다. 그에게 제품설명을 들은 고객 10명 가운데 7∼8명이 제품을 구매한다는 통계가 그의 능력을 잘 말해준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