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바람타지 않는 "DSP"

디지털신호처리기(Digital Signal Processor)는 마술사와도 같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소리나 영상을 컴퓨터 신호인 디지털로 슬쩍 바꿔버린다. 반도체의 일종이지만 하는 일은 부드럽기만 하다.

그의 아버지는 인텔이다. 1979년에 DSP2920이란 이름으로 출생 신고를 했다. 이어 일본 NEC, 미국 AT&T, TI 등이 잇따라 DSP를 발표했다.

DSP의 모태가 되는 디지털신호처리(Digital Signal Processing) 기술은 1960년대 컴퓨터로 음성을 분석하려는 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후 LSI(대규모 집적회로)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신호를 디지털로 처리하는 장치가 개발돼 버튼식 전화기와 레이더, 소나 등 통신이나 군사용으로 활용됐다. 그러다가 80년대 들어 반도체 칩으로 만들어지면서 그 용도는 가전제품, 컴퓨터, 자동차 등으로 넓어지게 된다. 전화기의 자동응답 기능, 휴대폰에서의 대량의 신호처리, 디지털TV의 고스트 제거, 오디오에서 스테레오나 입체음향 효과, 고급 자동차의 소음저감 등을 바로 DSP가 해낸다.

그래서 그 시장도 올해 85억 달러(추정)에서 오는 2001년에는 2백9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DSP 시장이 급신장하는 것은 그것의 연산처리능력이 마이크로프로세서보다 10배 가량 빠를 정도로 탁월하다. 이는 신호의 압축이나 복원을 통해 대량의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오늘날 유용한 일꾼이 되고 남음이 있는 것이다.

DSP분야는 고도의 지적 능력인 설계 기술을 요한다. 그래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반면 부가가치는 높다. 또 DSP는 불황도 타지 않는다. 이 분야는 미국이 단연 앞서 있다.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일본과 함께 선두그룹에 속하지만 이 분야에서는 뒤져 있다. 요즘 메모리 시황이 좋지 않아서 더 그렇게 느껴지겠지만 DSP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선견지명이 한층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