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의 고객정보시스템(CIS)의 공급권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 중대형컴퓨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통신의 CIS은 단일 프로젝트로는 국내 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져 국내외 중대형 컴퓨터업계의비상한 관심속에 지난 21일 입찰제안서를 받아 현재 벤치마크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상태.시스템 공급 규모가 1천억원대에 달해 입찰전부터 중대형 컴퓨터업체들이 사활을 건 수주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던 CIS 입찰에는 예상대로 14개 중대형 컴퓨터업체가 응찰했다.
다만 당초 중대형 컴퓨터업체가 주축이 되어 개별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입찰자격이 외자입찰자격을 지닌 업체까지 포함해서 국내업체 및 시스템벤더간의 컨소시엄 형태로 묶여지는 바람에,국내 중대형컴퓨터업체와 외국 시스템업체간의 합종연횡이 이루어져 형식상 7개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7개 컨소시엄군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온 국내업체와 외국업체간에 연합이 이뤄지기 보다는,협력관계가 다소 소원했던업체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한 경우가 많다는 게 관련업계의 해석이다.
이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입찰 일정상,업체간의 짝직기가 급조된 데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이번 입찰을 계기로 국내 중대형컴퓨터시장에서의 협력관계를 재구축하겠다는 국, 내외 중대형컴퓨터업체의 심모원려(深謀遠慮)한 전략이 내포되어 있다는 해석도 일각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우선 마케팅지원시스템 분야에 응찰한 삼성전자지멘스,대우통신IBM군 가운데 삼성전자와지멘스 연합은 업계의 예상을 뒤엎은 사례들이다.삼성전자와 지멘스는 그동안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에서 거의 거래가 없었다.
지멘스는 오히려 현대전자와 돈독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따라서 이번 삼성전자와 지멘스의 연합은 향후 미국 피라미드를 인수한 지멘스가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삼성전자에게 추파를 던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이는 그동안 지멘스의 유력한 국내 협력선인해태전자와 기아정보시스템의 경영여건이 어려워진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고객통합시스템 분야에서의 업체간 합종연횡 양상은 더욱 해석하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이중에서도 LG전자와 휴렛팩커드(HP)간의 연합은 그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합중 대표적인 케이스.
LG전자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국내 최대 대리점일 정도로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해왔다.LG전자는 이번 입찰에서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기종을 갖고 참여하는 것을 최우선 방안으로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입찰에서는 그동안 일절 협력관계가 없었던 HP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매출가운데 LG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져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이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였느냐는 분석을 제기하고있다.사실 썬은 최근 현대전자를 비롯 국내 대기업들과 잇따라 대리점관계를 맺어 특정업체에 매출이 편중되는 것을 막아왔다.또 썬이 현대전자와 손잡게 된 것은 PCS사업을 놓고 한국통신과 경쟁관계에 있는 LG텔레콤을 의식해,계열관계에 있는 LG전자를 배제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KCC정보통신과 실리콘그래픽스가 손잡은 것도 뜻밖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KCC는최근에야 실리콘그래픽스와 협력관계를 체결했을 정도로 그동안 사업적인 협력이 거의 전무했을정도.그동안 썬과 수많은 분야에서 함께 사업을 전개해온 KCC가 생경한 실리콘그래픽스과 컨소시엄을 이룬 것은 CIS에 별 매력을 못 느끼고 있지 않는냐하는 해석도 있다.KCC 고위관계자도 『이번 CIS프로젝트는 수주해도 이윤이 남지 않고 번거로움만 많은 프로젝트』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반면 IBM 대우통신,한국유니시스쌍용정보통신,일진콩코드(CDI)DEC간의 컨소시엄은 업계의 관계자 대부분이 점쳤던 짝직기로 평가받고 있다.이는 IBM의 워크스테이션 「RS/6000」을 대우통신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등 그동안 긴밀한 두 회사의 관계를 고려할때 당연한 결과이며,최근들어 시퀀트기종을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는 유니시스와 시퀀트기종을 판매하고 있는 쌍용정보통신은 협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관련업계의 시각이다.
또 한국통신의 프리빌링(통신요금 과금시스템)시스템 사업에서 협력관계를 맺었던 일진과 DEC는 이번 CIS에서 다시 손잡음으로써 돈독한 우위를 과시했다.다만 이번에 공동으로 참여한 미국 교포기업인 CDI사가 이번 CIS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모 인사와 특수관계인이라는설이 나돌아 다소 껄끄로운 입장.
이처럼 얽키고 설킨 중대형 컴퓨터업체간의 짝직기로 이루어진 이번 CIS입찰은 내달 20경까지 벤치마크테스트를 거쳐 이르면 올해안에 최종 공급권자가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워낙 경쟁이 치열했던 프로젝트인 탓에,어느 업체가 선정돼도 무성한 뒷말을 남기는것은 물론 자칫 말썽까지 빚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불러올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초 한국통신의 고객정보시스템은 당초 한군데서 통합운영(ICIS)하는 형태로 구축할 예정이었으나 추진단장이 바뀌면서 이를 지역별로 나눠 중앙을 포함한 7개소(CIS)로 구축하게 된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