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7 대기업 영상사업 결산 (2);영화 · 비디오

「21세기 황금어장」이라는 환상이 깨지는가.

「오는 2000년 영상산업 세계시장 규모 2천5백조원,국내시장만도 5조원」이라는 장밋빛청사진만 믿고 「영상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영화,비디오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었던 대기업들이 올해 「속빈강정」의 경영 실적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영상사업단이라는 이름으로 통합,영화, 비디오시장을 놓고 그룹차원의 전면전을 선언했던일부 대기업들은 이로 말미암아 너나 할 것 없이 「경비절감」 「인원감축」 「조직의 초슬림화」라는 구조조정에 직면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인프라구축과 콘텐츠 확보 등 전력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 받아온 대우 그룹은 (주)대우를 통해 오는 2015년 세계 10위권의 종합미디어기업으로 부상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올해의 경영실적 부진으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주)대우는 올해 제작비 전액을 부담한 2편의 영화 「불새」와 「현상수배」가 흥행에 실패하고 수입외화 대작 「안나까레리나」 등이 잇달아 기대에 못미치는 관객동원에 그치면서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비디오의 경우도 계열사인 우일영상과 세음미디어가 유통부문 매출실적에서 삼성,선경 등 경쟁그룹에 비해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기는 했으나 불황의 여파로 적자 경영을 감수해야만 했다.

대우와 수위다툼을 벌여온 삼성은 지난 95년9월 출범한 영상사업단의 2000년 매출목표를 7천억원으로 잡는 등 영상부문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역시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한 채 한해를 마감하고 있다. 올해 전속계약을 맺은 영화사인 우노필름의 「비트」가 흥행에 성공했으나 「모텔선인장」 「쁘아종」등 제작비를 지원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저조한 성적을 거뒀고 5백만 달러를 지불한 「제5원소」를 비롯 외화 판권구매 비용이 상승하면서 영화부문의 적자를 면치 못했던 것. 비디오부문에 있어서는 드림박스, 스타맥스등 2개 브랜드를 스타맥스로 단일화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연말에 30% 인원감축을 발표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채산성이 악화됐다.

선경그룹의 영상부문 주력부대인 SKC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SKC는 지난 96년 「워너브라더즈」 「MGM」 등 판권계약을 맺어오던 메이저사를 경쟁사인 삼성, 대우에 각각 넘겨준 이후부터 영화수급에 타격을 입어왔고 올해 역시 판권부족으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또한 우리영화로서 처음 제작비 전액을 지원했던 「용병이반」과 수입외화 기대작이었던 「에비타」 등이 흥행에 실패함으로써 크게 고전했다.

후발주자들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그룹은 금강기획을 통해 영화 「패자부활전」과 외화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개봉한 이후 올 7월 현대방송으로 영상산업부문을 이관했으나 관련인력 및 조직이 미처 정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해외 영화사들과 서둘러 맺은 외화수급 계약으로 적지않은 환차손을 입기도 했다.

자회사격인 제이콤을 할리우드식 종합스튜디오로 키울 것을 공언했던 제일제당 또한 올해 「인샬라」부터 「바리케이트」 「억수탕」에 이르기까지 우리영화의 잇단 흥행 실패로 영상사업 진출 이후 톡톡히 수업료를 지불했다. 외화 「피스메이커」가 어느 정도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드림웍스의 외화가 쏟아지게 될 내년을 기약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이 영화부문에서 철수를 선언한 이후 GTV를 통해 영화 비디오사업에 진출했던 진로그룹 역시 사실상 영화,비디오 부문을 포기한 상태. 이밖에 디지탈미디어로 영상관련업무를일원화시킨 새한미디어는 아직 조직이 본격 가동되지 못한 상태이며 교육용 비디오라는 차별화전략을 내세웠던 코오롱도 소비자직판 시장의 불황으로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인·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