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커버버전 음반」 사양길

커버버전(Cover Version) 음반이 사양길을 걷고 있다.

커버버전 음반이란 오리지널 음악을 제3의 가수가 재취입하는 것을 말한다. 조용필의 「허공」을 조용팔이란 가수가 비슷하게, 또는 다르게 불러 녹음하는 식이다. 커버버전 음반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리메이크 음반을 뜻하나 국내에서는 조금 다르게 인식돼 왔다. 리메이크 음반이라기 보다는 정규음반 1장 가격으로 3∼4장을 구입할 수 있는 「싸구려」음반이나 「타이틀에 속아 산」음반으로 취급받아 온 것이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명곡 팝,가요시리즈」에 커버버전이 활용돼왔는데 최근들어 급속하게 이들 음반 출시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 시내 중심가의 음반점에서는 「추억의 발라드 팝 모음집」,「70년대 히트곡 모음집」,「트롯 메들리」류의 커버버전 음반이 오래전에 사라졌다. 최근에는 변두리 소규모 음반점이나 서울 청계천 일대의 도, 소매 겸업점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독일 카운트다운이라는 커버버전 전문업체와 라이센스계약을 체결한 이맥스폰이 그나마 음반발매를 지속하고 있을 뿐 현대음향,은성음반,신라음반 등은 커버버전 음반의 출시를 크게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고 있다.

이렇듯 커버버전 음반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것은 음악의 인기(히트)주기가 짧아졌기 때문이다. 음반을 출시한 후 3∼4일내에 성공여부가 판가름나고, 한 달 이내에 총 판매량이 결정되는 최근의 경향들이 수많은 신곡(新曲)들을 빠르게 구곡(舊曲)으로 사장시키고 있다. 이는 국내 음반시장이 쉽고 뜨겁게 반응한 후 곧바로 식어버리는 10대들의 취향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음악과 함께 추억을 음미하는 행위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 세대들이 음반시장으로부터 멀어졌고,「전통가요 메들리」와 같은 음반들은 아예 고속도로 휴게소의 한 구석이나 가판대로 밀려났다.

음반 직배사들이 음반경기 불황으로 편집음반 발매에 치중하고 있는 것도 커버버전 음반발매를 위축시키는 한 요인이다. 여러 오리지널 가수들의 음악이 「CF음악 모음집」,「영화배경음악 모음집」등의 기획을 통해 잇따라 출시됨에 따라 어설픈 3류 가수의 목소리가 상품성을 잃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히트곡 집대성」이라는 커버버전 음반의 최대 강점도 의미를 잃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저작권 인식이 제고되면서 커버버전 음반의 원곡사용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어 이애저래 관련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