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판체제를 선언하면서 국내 코카콜라보틀러들을 모두 인수한 한국코카콜라보틀링(CCKBC)이 외국산 자동판매기 구매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자판기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호남식품 등 국내 보틀러들을 전격 인수한 CCKBC는 향후 국내 음료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내년부터 3천5백억원을 투자키로 한 바 있는데, 캔자판기를 통한 음료매출이 크기 때문에 캔자판기, 콜드컵자판기 등 장비부문에 대한 투자가 주류를 이룰 것은 충분히 예측된 상황이었다.
국내 자판기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커피자판기의 포화 등 내수시장에서 한계를 맞고 있던 터라 CCKBC의 장비구매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 하지만 최근 CCKBC는 국산 자판기보다는 외산 자판기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LG산전, 삼성전자 등 자판기 제조업체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자판기 업계는 CCKBC가 내년에 1만여대의 자판기를 구매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국내서 조달하고 나머지는 중국의 자누시 제품이나 미국의 벤도사 제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자누시 제품의 경우 이미 국내에 들여와 형식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음료 및 자판기업계는 『국산 제품도 많은데 굳이 수입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비난하고 있다. 남의 나라에 와서 장사하면서 장비마저도 수입해서 사용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CCKBC가 이처럼 외산 자판기 구매를 검토하는 데는 외국과 우리나라의 자판기 문화가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CKBC는 전통적으로 코카콜라의 영향을 받아 광고의 기능을 중시, 광고판이 넓은 기종을 선호하는 반면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기능이 다양한 슬림형의 제품이 유행을 이루고 있다. 단순기능에 따른 저가격도 외산 선호요인으로 볼 수 있다.
CCKBC의 입장은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세계적으로 코카콜라의 이미지를 동일하게 구축하고 이왕이면 값도 싼 제품을 사용한다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또 전량을 수입한다는 것도 아니며, 국산 제품의 특성이 자사 기준에 못미친다면 구매하고 싶어도 구매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환율상승으로 수입품에 대한 원화부담이 커졌다. 국산 제품의 품질수준도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CCKBC와 국내 자판기 제조업체들은 최근 캔자판기 승인문제와 관련, 일본 코카콜라회사인 CCJC에 승인을 받도록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CCJC로부터 캔자판기에 대해 품질 승인을 받으면 CCKBC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LG산전과 삼성전자 등은 이를 위해 CCKBC의 사양에 맞도록 제품을 새로 개발했다. R-134a냉매를 채택하고 발포에서도 R-134b를 적용하고 있다. 해태전자도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수입품 중 벤도사의 것은 이미 두산음료를 통해 국내에 보급된 적이 있는데 국내 실정에 맞지 않아 운영업자들이 도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