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 체질방안에 따른 삼성전자 소그룹의 움직임 분주]

삼성그룹의 전자소그룹은 올 겨울을 춥게 지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삼성그룹의 사장단회의에서 결정된 「경영체질 혁신방안」이 예상외로 그 강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경영실적에 따라 계열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자소그룹의 전반적인 반응은 그룹방침에 순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

특히 올 실적이 안좋은 삼성전자와 삼성전관은 상대적으로 그룹의 방침에 더욱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두 회사는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원가절감운동과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 계열사의 인사관계자들은 그룹의 지침에 따라 세부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으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관심사항은 인력감축문제. 그룹측은 「조직의 30%를 축소하겠지만 인력정리는 없다」고 밝혔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벌써부터 실적이 저조하거나 조직에 비해 초과된 임원들에 대해선 어떠한 형태로든지 정리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자소그룹의 일부 계열사의 경우 매출액 대비 임원 수가 일본 및 동종 국내업체들에 비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기에 공공연하게 임원정리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

특히 그룹사장단 인사를 얼마 남지 않은 시점과 맞물려 더욱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매출이 올해 20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3백여명에 달하는 임원 숫자가 일본 소니 등에 비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를 줄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 실적이 별로 안좋은 삼성전관도 이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와 비슷한 실정이다. 브라운관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가격폭락 때문에 실적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라는 외부적인 환경요인이 있지만 그래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전관은 매출액 대비 임원 숫자가 동종업체인 LG전자와 오리온전기에 비해 많기 때문에 그룹방침에 더욱 민감하다.

임원문제는 그룹에서 정치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사장단 인사가 끝난 후에 대대적인 찬바람이 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각사는 경영혁신활동과 투자부문에서 구체적인 방침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국내영업본부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격주 휴무제를 전사차원으로 확대하고 본사 스탭조직을 20∼30% 줄여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그룹측에서 반도체부문에 2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내년도 투자를 이보다 적은 1조2천억원대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 매출 1조8천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기도 그룹방침보다 한단계 높여 경영체질을 대폭 바꿔나가기로 했다. 기본개념을 제로베이스에 두고 전 사업부문을 재검토하고 투자수익률이 20% 미만의 투자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무분별한 증설을 통한 생산량의 증대보다는 기존 설비의 효율성을 높여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투자를 집중화할 방침이다.

삼성전관도 현재 벌이고 있는 경영혁신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나가면서 유럽지역에 대한 투자를 보류하는 등 해외투자를 잠정적으로 줄여 나갈 방침이며 삼성코닝도 월차 의무사용, 격주 휴무제, 항공료다운 등 그룹방침을 그대로 수용해 실행에 옮겨 나가기로 했다.

1년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전자소그룹들은 이같은 그룹방침에 순응하면서도 한편에선 내심 불만에 가득차 있다. 그룹이 반도체 거품에 편승, 신경영을 부르짖으면서 이같은 어려움에 빠지게 해놓고서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점.

오히려 반도체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자동차에 투자함으로써 전자소그룹의 경쟁력을 취약하게 만들어 놓았음에도 불구, 전자소그룹이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데 대한 불만이 알게 모르게 내부에서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이러한 불만에도 불구, 현재 전자소그룹은 사내에 넓게 퍼져 있는 반도체의 거품을 빼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전자소그룹은 올겨울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북풍한설을 견딤으로써 생존경쟁력을 한층 공고하게 다져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