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과 관련, 올해 말 국내 반도체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동부그룹의 메모리 반도체사업 진출 작업이 주춤거리고 있다. 최근 IMF측이 삼성그룹의 자동차사업, 현대그룹의 제철사업과 함께 동부그룹의 반도체사업 진출을 과잉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 투자 자제를 한국정부측에 요구했다는 소문이 근거없이 확산되면서 1년을 넘게 추진해온 동부그룹의 반도체사업 진출 일정이 막바지에 예상치 않게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동부의 반도체사업 준비 작업은 자금 조달 부분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총 2조원의 소요 자금 가운데 국내에서 신디케이트 론 형태로 조달키로 했던 7천억원의 차입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디케이트 론의 주간사 은행인 산업은행측은 현재 IMF측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자금 대출 결정을 차일 피일 미루고 있는 상태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우리 그룹 입장에서는 어떠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며 산업은행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동부가 당초 계획했던 2조원의 투자자금 조달 방법은 7천억원을 국내은행에서 차입하고 11억달러를 외국에서 빌려 충당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9억달러의 차입은 외국 금융회사들에 사실상 확약 받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7천억원의 국내 차입이 미뤄지면서 자금을 빌려주기로 했던 외국 금융기관들까지 최종 결정을 늦추고 있어 전반적인 자금 확보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즉 동부 반도체사업의 첫 단추인 국내 자금 조달이 수월하게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당사자인 동부그룹측은 이번 사업의 성사를 어느정도 낙관하고 있다.
우선 이번 사업 자체가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IBM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BM과의 비즈니스를 IMF가 백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번째는 자동차나 제철처럼 내수시장을 겨냥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당분간 생산 전량을 IBM이 소화하기로 확약한 점을 강조하면서 일부의 우려처럼 이 사업이 과잉투자를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부측은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사의 스티븐 애플턴 회장이 『IMF지원자금이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의 시장 지분을 늘리는 데 사용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없다면 한국에 대한 IMF금융지원에 미국이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한 발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쨌든 동부그룹의 입장에서는 수년간의 장고 끝에 추진하는 반도체사업이 뜻하지 않은 금융위기 때문에 좌초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