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DSP] 전자제품에 필수적 채용 「반도체의 꽃」

DSP(Digital Signal Processor) 시장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80년대 초반 국내 대학가에 DSP(Digital Signal Processing:디지털 신호처리)라는 과목이 소개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DSP는 그 이후로 모든 전자학도가 배우는 필수 학과목이 됐으며 현재는 모든 전자제품에 DSP기술이 적용될 정도로 저변이 확대됐다. 전자제품의 디지털화라는 커다란 흐름에 따라 디지털기술이 현대인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DSP 관련 전문조사기관인 포워드 컨셉사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올해 DSP 전체시장 규모는 85억달러. 이 가운데 57%가 특정 응용제품에 사용되는 FASIC(Fixed ASIC)제품이며 프로그래머블 DSP는 약 37%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반도체 전문조사기관인 데이터 퀘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DSP시장은 다른 어떤 반도체 시장보다도 시장성장률이 높은 연평균 약 30% 정도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프로그래머블 DSP는 39.6%의 높은 성장률이 기대된다. 이같은 높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오는 2001년에 전체 DSP 시장은 2백90억달러의 거대시장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며 이 가운데 프로그래머블 DSP는 1백20억달러, 전체의 41%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시장도 지난해 1억달러에서 올해는 2억달러로, 오는 2000년에는 10억달러 정도로 급성장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DSP는 FASIC, 프로그래머블 DSP 등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FASIC 제품은 반도체 제조업체가 모든 기능을 확정지어 소비자가 별다른 개발없이 특정 용도에 맞춰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보통 CDP, 캠코더 등 이미 DSP 알고리듬이 정립된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며 대량 생산으로 비교적 싼가격에 공급된다.

FASIC 제품군에서 올해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모뎀 칩세트로 약 10억달러 규모다. MPEG 관련 인코더, 디코더 시장이 8억5천만달러로 그 뒤를 바싹 뒤쫓고 있으며 디지털 TV, 음성 코덱, 음성압축 등도 유망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FASIC 시장에서는 눈에 띄는 주도 업체 없이 소니, 히타치, NEC 등 일본업체들과 LSI로직, C큐브, SGS톰슨 등 많은 비메모리 제조업체가 이 시장을 분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특정 응용제품에 적용되는 FASIC와는 달리 프로그래머블 DSP는 사용자가 제조업체에서 제공하는 DSP코어를 사용, 직접 프로그램을 통해 DSP의 여러 기능을 규정짓도록 한 제품이다. 프로그래머블 DSP는 꼭 어떤 제품에 사용한다는 제한도 없다. 사용자는 동일한 제품을 이용, 기지국에도 적용할 수 있고 팩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소비자가 직접 프로그램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컨트롤러(MCU)와 매우 비슷하다. 프로그래머블 DSP는 FASIC가 지니는 장기간의 개발시간과 부족한 현장 업그레이드 단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FASIC보다도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통신기술이나 아직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정보가전 등에서는 프로그래머블 DSP가 시장요구에 신속히 대응하고 현장에서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유연성 때문에 쓰임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프로그래머블 DSP시장은 FASIC 제품과 달리 TI, 루슨트, 아날로그 디바이스, 모토롤러 등 4개 전문 DSP업체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프로그래머블 DSP 시장은 23억달러로 추정되는데 TI가 45%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부동의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루슨트가 29%, 아날로그 디바이스는 11%, 모토롤러가 8%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프로그래머블 DSP의 가장 큰 수요처는 통신분야다. 특히 비싼 단말기 가격, 잡음 및 페이딩 현상, 주파수의 비효율성 등과 같은 문제점이 야기되는 아날로그 통신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GSM, CDMA 등 디지털 통신기술이 선보이면서 이들 시장에서 DSP칩의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모든 단말기에 하나 이상의 DSP칩이 사용되며 기지국 등에도 많은 DSP 칩이 사용된다. 프로그래머블 DSP 시장에서 통신분야 비중은 71%에 달할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밖에 하드디스크 드라이버용 모터 제어 칩, 사운드카드 등 컴퓨터분야가 약 16% 정도를 차지해 그 뒤를 잇고 있다.

DSP의 핵심기술은 DSP 내부에서 수학적 연산기능을 수행하는 코어기술이다. 코어기술은 국내 업체들도 개발을 추진할 정도로 고난도 기술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존 TI, 루슨트, 모토롤러, 아날로그 디바이스 등이 출시한 제품과 비교해 가격대비 성능을 조화시키는 것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극소수업체만이 자체 코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80년대 초반 5MIPS부터 시작됐던 연산속도는 최근 들어 1천6백MIPS 제품까지 출시될 정도로 코어설계기술과 더불어 공정개발기술도 커다란 발전상을 보이고 있다.

DSP의 상품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설계기술도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이는 모든 DSP 제품이 DSP블록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고 내부에 이를 지원하는 아날로그 회로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현재 DSP기술을 이끌어가고 있는 선두업체들은 대부분 아날로그 신호처리에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TI는 혼성신호 및 아날로그 분야에서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모토롤러, 아날로그 디바이스 등도 10위 안에 들어있다.

특히 프로그래머블 DSP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와 에뮬레이터 등의 개발툴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프로그래머블 DSP는 이같은 하부구조가 요구돼 오랜 연륜과 개발환경을 구축해온 몇개 업체만이 제대로 사업을 수행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DSP 시장을 바라보기만 했던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이제는 더이상 수요자로 머무르는 데 만족하지 않고 DSP 시장진출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아남반도체가 세계 최대의 DSP 제조업체인 TI와 기술제휴해 내년부터는 DSP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며 삼성, LG, 현대 등도 자체 DSP코어를 개발하거나 DSP코어를 라이선스받는 형식으로 DSP 시장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DSP 시장참여를 서두르는 이유는 DSP 단품으로의 시장성뿐만 아니라 시스템 IC의 궁극적인 목표인 「시스템 온 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DSP기술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시스템 온 칩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MPU코어, DSP코어, 로직설계 기술 등을 세가지 요소기술로 꼽는다. 결국 DSP 기술 없이는 국내업체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시스템IC 시장진입은 요원한 것이다. 또 DSPG, SGS톰슨, ADI 등 DSP코어를 라이선스해주는 전문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국내 업체들에게는 DSP시장 진입에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아남반도체가 세계 최대의 DSP 제조업체인 TI와 기술제휴로 내년부터는 DSP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며 삼성, LG, 현대 등도 자체 DSP코어를 개발하거나 DSP코어를 라이선스받는 형식으로 DSP 시장에 조심스럽게 발을 딛고 있다. 삼성은 이미 자체 개발한 DSP코어와 DSPG에서 라이선스받은 DSP코어를 바탕으로 8종의 DSP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LG도 DSP코어 1종을 바탕으로 5종의 DSP 제품을 출시했다. 또 올해 안으로 60MIPS의 데이터 처리속도를 갖는 자체 DSP코어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는 지난 96년 DSPG에서 코어를 라이선스받고 이를 개선한 DSP코어 개발에 한창이다. 현대는 이밖에도 미국 자회사인 오디움과 심비오스를 통해 특정용도 DSP 제품을 국내외에 공급중이다. 특히 오디움사의 MPEG칩과 심비오스의 버스 인터페이스 칩 등은 시장에서도 호응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야흐로 국내업체들도 DSP 제조업체 반열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유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