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DSP] 디지털신호처리란 무엇인가

디지털신호처리(DSP:Digital Signal Processing)는 임의의 아날로그 정보가 포함된 특성을 변환하거나 개선하고자 할 경우 수학적 연산에 의해 처리할 수 있도록 0과 1로 표시되는 디지털 신호로 변환, 처리함으로써 데이터손실 및 원하는 신호조작을 용이하도록 한 데이터 처리방법이다.

인간이 물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빛, 소리, 영상, 힘 등은 모두 연속신호로 나타낼수 있는 아날로그 신호다. 그러나 아날로그 신호는 외부노이즈, 처리속도, 대역폭 제한 등 아날로그 회로를 이용해 신호처리를 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DSP기술을 응용한 DSP 칩(Digital Signal Processor)이다.

60년대 컴퓨터 등에서 연산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선보인 DSP개념은 70년대 들어 군용, 레이더 처리, 음파탐지기와 영상 이미지 및 보안 통신등에서 활용되면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게 됐다. 80년대 초반 반도체 업체들에 의해 상용화된 DSP가 발표되면서 DSP시장은 일반인에게 널리 전파되기 시작했다. CD가 개발되면서 음성처리를 위한 DSP가 상용화됐고 이는 곧바로 영상처리영역으로 넘어갔다. 90년대 들어서면서 DSP는 더욱 맹위를 발휘, 급부상하고 있는 휴대폰, 인터넷 접속 모뎀, PC 하드디스크 드라이버의 모터제어, 음성우편, 팩스 등과 같은 전자제품의 중심 기술로 부상했다. 또한 핵자기 공명, 초음파 스캐너, 디지털 위성의 뛰어난 재생음을 만들어내는 첨단기기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DSP 전화기」란 선전이 나올정도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DSP는 80년대 초반만해도 엔지니어에게 조차도 생소한 단어였다. 비디오나 오디오, TV 등의 영상신호나 음성신호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트랜지스터, 인덕터, 캐패시터 등의 아날로그 회로만이 해결책이었다. 이는 80년대 초반 발표된 DSP칩의 속도가 5MIPS(Million Instruction Per Second)에 불과해 이들 신호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터 처리속도가 개선됨에 따라 엔지니어들은 아날로그 영역에서 해왔던 일을 디지털 영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는 디지털신호처리가 아날로그신호처리에 비해 정확하면서도 신호의 왜곡이나 손실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식을 쉽게 전산화할 수 있고 프로그램이 가능해짐에 따라 새롭고 더 나은 신호처리 기능들도 생겨났다. 개발자들은 기존 아날로그 회로로는 불가능한 필터를 일련의 수식으로 DSP에 대입, 쉽게 구현할 수도 있으며 특정데이터 삭제나 추가와 같은 신호조작도 가능하다.

DSP는 수식연산을 한다는 점에서 범용 CPU와 비교된다. DSP와 범용 CPU와의 근본적인 차이는 DSP는 실시간에서 변화하는 아날로그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CPU도 이같은 신호처리를 할 수도 있지만 CPU자체에 상당한 부하가 걸리게 된다. DSP를 보통의 CPU와 함께 사용하는 시스템의 장점은 바로 이와같이 CPU에는 대단히 큰 부담이 될 만한 신호처리 연산을 DSP는 CPU작업의 수행과 별도로 동시에처리해줄 수 있다. 또 DSP는 특정한 형태의 연산에 대단히 효율적이다. DSP 내부에는 디지털 필터링이라 불리는 연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코어를 갖고있다. DSP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위의 연산을 얼마나 빨리 수행하는 가에 달려있다. 따라서 대부분 DSP칩 업체들은 이를 수행하는 곱셈기(Multiplier)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DSP의 처리속도는 지난 82년 5MIPS의 제품이 선보인 이후로 지속적인 개선작업이 이뤄져 올해 TI가 선보인 C6x는 1천6백MIPS의 데이터 처리속도까지 지원한다. 또 2,3년내에 1기가플롭의 처리속도 갖는 제품도 상용화될 전망이다. 2백MHz의 펜티엄 프로칩이 처리할 수 있는 수치가 50MIPS 인점을 미뤄보면 대략 32배정도 신호처리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있다. 물론 CPU는 데이터 처리가 주 목적이고 DSP는 신호처리가 목적인 것을 감안하면 정확한 비교는 아니지만 최근 DSP 제품이 얼마나 빠른가를 알수 있는 지표다.

DSP는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고정소수점(fixed point)연산 제품과 부동소수점(floating point)연산 제품으로 구분된다. 자동응답기와 같은 스피치, 오디오, 모뎀 등 고성능 DSP가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 사용되는 것이 고정소수점 제품으로 8비트에서 최고 24비트 DSP제품이 여기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지나 비디오 신호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32비트 이상 DSP칩이 필요한데 이것을 바로 부동소수점 제품으로 구분하고 있다. 가격면에서 고정소수점 제품은 3∼1백20달러 이내로 저렴한 편이지만 부동소수점 제품은 10∼5백달러까지 단일칩으로는 고가에 속한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응용되고 있는 제품은 16비트 고정소숫점 DSP이다. 이는 저가, 저전력소모, 높은 데이터처리 등의 응용에 최적화된 것으로 셀룰러폰, 모뎀, 오디오, HDD, 모터제어, 산업제어, 자동차제어 등에 쓰인다. 음성스피치 제품은 음질보다도 가격적인 면 때문에 주로 8비트제품이 사용된다. AC3, DTS(Digital Theater System), 돌비프로로직 등과 같은 디지털 오디오 제품들은 24비트 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최근 DSP는 DSP자체로만 사용되는 것외에도 MPU와 결합한 멀티프로세싱 제품으로도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RISC프로세서와 DSP를 결합한 멀티프로세싱 제품은 각각의 제품을 쓰는것에 비해 가격과 성능측면에서 효용성을 높일 수 있어 정보가전이나 통신기기등을 중심으로 응용분야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DSP는 가전, 통신, 컴퓨터, 산업, 계측기, 홈오토메이션, 군사용 분야 등 모든 전자제품에서 적용되고 있다. 현대인은 자신도 모르게 매 10분마다 DSP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현대인은 멀지않은 미래에 DSP의 도움을 받아 홀로그래프 사진이나 정교한 디지털 보청기를 이용하게 되며 컴퓨터 모니터상의 작은 화면에서가 아니라 대형 화면을 통해 여러명의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유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