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출현황은 다행히 회복세에 들어서 있다. 지표상으로 청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수출신장률이 9%대로 예측돼 작년 3.7%보다 2배 높아진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무역수지 적자도 크게 줄었다.
1,2개월 후의 수출경기를 점칠 수 있는 수출신용장 내도액(LC)도 지난 95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여서 좋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신용장 내도액은 지난 10월 59억3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의 57억3천1백만달러보다 3.4% 증가했다.
올들어 10월까지의 수출실적은 1천1백2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났다. 반면 수입은 0.6% 감소한 1천2백27억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무역적자폭은 1백4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8억달러가 개선돼 4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수지가 개선됐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만족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수입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성장둔화와 투자냉각으로 인한 내수부진과 시설재 도입의 감소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전자전기분야의 무역수지 흑자폭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우리 전자전기분야의 무역수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 기간중 전자전기부문 수출은 3백5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2백73억달러나 돼 86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거두는 데 그쳤다.
반도체 경기가 최악이었던 지난해에도 10월말까지 전자전기분야에서 3백55억달러를 수출하고 2백53억달러를 수입해 1백2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거둔 것과 비교한다면 전자전기 분야에서의 무역수지 구조가 얼마나 나빠졌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도체는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수출액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출액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3.8% 줄어든 1백44억달러에 그쳤다.
그나마 산업용 전자와 일반 부품이 각각 20.8%, 10.6% 늘어난 80억달러, 64억달러의 실적을 거둔 것에 힘입어 전자전기분야 수출이 1% 늘어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 지원으로 반도체산업에 대한 신규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내년도 반도체 수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자동차는 지난해에 이어 수출순위 2위를 고수했고 컴퓨터, 전자관, 부분품 등이 수출 10대 품목 안에 새로 진입했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는 수입도 크게 늘어 지난해 수입 2위였던 기타 기계류를 밀어내고 2위에 올라 무역수지 개선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도체 제조장비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체 제조원가의 60∼70%에 이르는 원부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산업특성상 나타난 문제로 분석되고 있다. 10대 수출상품으로 올라선 컴퓨터도 올해 10대 수입제품에 포함됐다.
지역별 수출증가율을 보면 선진국 수출이 지난해 8.2% 감소에서 올해 4.3%의 증가세로 반전됐다. 수입은 오히려 줄어 지난해 7.8% 증가에서 올해 6.1% 감소로 역전됐다. 개도국에 대한 수출증가율과 수입증가율은 각각 7.0%, 10.2%이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다소 둔화됐다.
무역흑자국 순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대만, 필리핀 등이 1∼5위를 차지했으며 무역적자국 순위는 일본,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1∼5위를 차지했다.
일본과의 무역적자는 10월말 현재 1백13억달러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9억달러가 줄었으나 대미 적자폭은 81억달러로 12억달러 늘었다.
제34회 무역의 날은 경제위기를 반영하듯 「수출의 탑」 수상업체가 크게 줄고 서훈 및 표창 수상업체에 연쇄부도의 충격에 허덕이는 업체가 포함되는 등 우울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해마다 배출되던 「1백억불」, 「50억불」 수출의 탑 수상업체는 올해 하나도 없으며 10억불탑 수상업체만 오리온전기 등 3개사가 선정됐다.
또 수출의 탑 수상업체는 4백58개사로 지난해의 4백99개사에 비해 41개사가 줄었다.
특히 중소기업 가운데 수출의 탑 수상업체수는 지난해 4백77개사였으나 올해는 4백33개사로 줄었으며 1억불탑 수상 중소업체수도 1개사가 줄어든 3개사로 중소기업의 수출침체가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