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출혈경쟁 자제 움직임

경기침체 및 환차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게임관련 업체들이 미국 메이저 게임업체와의 판권계약 출혈경쟁을 자제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영상사업단, LG소프트, (주)쌍용, SKC 등 게임관련 대기업과 동서게임채널, 웅진미디어, 메디아소프트, 비스코 등 중견 게임업체들은 그동안 국내업체간의 과열경쟁으로 미국 메이저업체들과 무리한 판권계약을 한 것이 채산성 악화를 초래했다는 분석 아래 로열티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적극 힘쓰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이들 업체는 내년 초부터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는 미국 인터플레이사와 일렉트로닉 아츠사 등 메이저 업체를 둘러싼 재계약과 관련, 국내시장 규모에 비해 턱없이 높은 「미니멈 개런티」 및 무리한 계약총액을 제시하지 않기로 기본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B사, G사 등 메이저사 판권계약과 관련, 일부 대기업이 「대작 타이틀 1편과 B, C급 타이틀 10여장의 패키지 구매」, 「메이저사가 인수한 계열사 판권까지 떠안기」, 「60만달러 이상의 로열티 총액」 등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제살깎기식 경쟁을 벌여온데 대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 하반기 들어 경기침체와 번들 범람으로 인해 「다크 레인」 「컨퀘스트 어스」 등 대작게임들이 잇달아 기대 이하의 판매실적을 보임에 따라 미니멈 개런티 수량을 맞추기가 힘겨운데다 환율급등으로 인한 환차손 피해까지 겹친 것도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게임관련 업체들은 메이저사에 대한 일괄공급계약 자제와 함께 국내 에이전트를 통한 타이틀당 판권구매, 메이저 게임유통사가 아닌 원제작사와의 직거래, 환차손 피해가 적은 엔화 베이스 판권계약 등 다각적인 대안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병용 LG소프트 상무는 『메이저사와의 공급계약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시장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관련 대기업들이 더 이상의 출혈경쟁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LG소프트의 경우도 출시편수를 매달 1편 이하로 줄이는 대신 국내 전문 개발사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통한 국산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통사 및 일선 게임숍에서는 『대기업들의 이같은 「자성」 움직임은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묵시적」인 합의차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 지 의문시된다』며 이같은 움직임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판권계약에 앞서 제작사 대표들의 모임을 결성해 공동대처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