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상가 운영업체 「선인산업」 부도 파장

최근 선인산업의 부도로 선인상가가 표류하고 있다. 선인산업(대표 전선환)이 지난 11월14일 부도를 내고 서울지방법원에 화의신청을 내면서 선인상가의 향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선인산업은 성인상가의 운영업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인상가 입점업체주들은 1일 세계일보 강당에서 「선인상가 대책위원회 결성 및 설명회」를 갖고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선인산업이 이같이 험로를 걷게 된 것은 부도난 계열사인 서울제강에 연대보증을 서게되면서 부터이다. 선인산업의 현재 총부채는 1천2백18억원. 이중 예금과 지급보증 회사채, 수탁어음 등을 제외하면 순부채는 5백85억원에 이른다.

반면 선인상가의 지난해 5월 감정가액은 7백96억원. 부동산가격이 계속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고 전자산업의 경기불황 등을 감안해 보면 현재 선인상가의 감정가액은 이 보다 훨씬 밑돌 것이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를 경매처분 할 경우 감정가액의 70∼80% 수준에서 낙찰될 것으로 예상돼 실제가격은 5백억원이 약간 웃돌 것이라고 이날 참석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경우 선인산업은 세울제강의 부도에 따른 연대보증이 2백억원이상 되고 선인상가를 담보로 한 금융권의 채권이 3백20억원선인 점을 감안할때 상가 입점주들에 대한 보상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또 임금채권이 10억원선이고 기타 상거래 채권자 또한 1백억∼2백억원인 점을 감안할때 실질적인 입점주들의 임차보증채권 3백50억원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상가는 경매처분될 경우 일반주거지역과 달리 현재 거주 전세권이 우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상권이 송두리째 날아갈 우려마저 있다.

곧 금융채권자와 임금채권자가 우선순위 채무변제 대상이 되고 입점상인들은 일반채권자로 분류돼 경매처분될 경우 보증금마저 받지 못할 처지인 것이 선인상가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선인상가 입점상인 들은 현재 선인산업이 화의신청이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문제해결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경매처분되는 극악의 상황을 막아보자는 의도이다.

선인산업측은 현재의 임대를 전세로 전환해 채무를 막아보자는 것을 자구계획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상인측은 1천2백50명의 임차인이 일시에 전세로 전환한다는 것은 무리이며 또 최악의 경기를 감안하면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반면 상인들은 화의신청 기간중 우선순위 채무변제 대상인 금융권측과 협의를 통해 우선 일정부분 채무변제로 권리을 상인들에게 넘겨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향을 제 1대안으로 내놓았다. 제 1대안이 여의치 않을 경우 경매처분에서 상인공동 명의의 별도회사를 설립해 상가를 인수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대책없이 현재의 화의기간을 넘긴다면 결국 선인상가 입점상인들은 말한마디 못하고 당하는 꼴이된다. 이날 모인 5백여명의 선인상가 입점주들은 시종 선인상가의 앞날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상인들로서는 생계와 직접 연관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날 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고광철 선인컴퓨터프라자상우회장은 『어떠한 경우든지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상인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며 『국가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고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있는 만큼 현실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여 대안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 상인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의 벼랑이 어디인지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선인상가 상인들의 단합된 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경우 기자>